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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2017. 5. 10. 12:21

다시 블로그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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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7 작성


여행을 한 지 일년 반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나는 마지막 4일차의 여행기를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그 찝찝함을 1년 넘게 유지하고 있었다

더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여행기를 작성하려 한다



2014년 광복절 하루 전날

2014. 08. 14


전날 개고생을 한 터라 몸 상태는 장난이 아니었다.

밍기적밍기적대다가 오전 11시 즈음에 숙소를 나섰다





유관순 누님과 인사하고 난 북쪽으로 향한다



봉명역




이 집이 호도과자의 원조집이랜다

난 여기서 호도과자를 사서 선물 보낼 곳에 택배를 부쳤다






그 사실을 아는가? 천안에는 비둘기가 없다.

천안역 광장 굉장히 오랜만에 와 본 곳이다.



첫째날 대구 - 김천

둘째날 김천 - 대전

셋째날 대전 - 천안

넷째날 천안 - 서울


가장 걱정이 안되는 날이 넷째날이었다. 왜냐면 경기권 구간이므로 모두 도심지 통과였기 때문에 조난(?)의 위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안부터 서울까지는 인적이 끊긴 구간이 거의 없었다. 아마 이날 내가 스쳐가며 본 사람들이 수천명 어쩌면 만 단위는 족히 되었을거다.


천안역부터는 딱히 지도가 필요없을거라 예상했다.

1호선 옆길만 쭉 따라가면 서울이니까.

내가 가는 길 옆으로 계속 1호선이 있었다.


천안 북부는 논과 밭, 그리고 공장지대였다.

굉장히 지루한 길이었다.

전전날의 육체적 고통과 전날의 정신적 고통으로 너덜너덜해진 심신이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여유있게 노래부르며 자전거를 밟았다


그 때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1년 반이 지나서 잘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재고가 빵구났던가 뭔가 문제가 생겼었던 전화였다.

나는 어찌어찌 그걸 해결할 방법을 알려줬던 것 같다.

멘탈이 조금 흔들렸던 기억이 난다.


천안 바로 위가 경기도 평택이다.

난 뭐 천안역 지나면 금방 평택이 나올 줄 알았는데, 천안역에서부터 평택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었다. (약 20킬로미터)

또한 굉장히 지루한 길이었다.

다행히 큰 오르막 내리막도 없이 평탄한 길이었다.














천안의 끝자락에서 만난 유적지

국보 7호라는데 뭐 난 첨보고들었다.

국보 1호가 숭례문인 건 알고있다만..















천안과 평택의 경계선은 안성천이라는 작은 개천이었다

이 개천을 넘으며 난 여행코스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면서도 가장 익숙하지 않았던 지역인 충청도를 51시간만에 벗어났다





평택에 들어서자 술 잘마시게 생긴 아파트가 나를 반겼다








평택시청에서 잠시 전화통화를 하며 숨을 돌렸다.

평택시청은 평택 제일 남쪽 끄트머리에 붙어있었다.







희한하게 몸을 그렇게 쓰는 여행인데도 며칠간 그렇게 배는 안고팠었다

여행 당시만 해도 내가 비만인이었기 때문에 몸에 비축된 에너지가 많아서 그랬을 것 같다고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 땐 무지하게 먹었다

음식먹을 시간도 아까웠다 갈길이 머니까

먹을 수 있을때 몰아서 먹어놔야지


김밥집 주인내외한테 나 지금 자전거로 대구에서 이까지 왔고 또 서울까지 갈거라고 자랑을 했다

며칠간 식당에 갈때마다 그 자랑을 했었다 ㅋㅋㅋㅋㅋ 대단한 도전을 하는 청년이란 소리를 듣고싶었나보다 ㅋㅋ



밥을 먹고 나와서 길을 잃었다

동네가 새로생긴 신도시라서 지도에 제대로 반영이 안되어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지도보다 더 믿을만한게 길을 찍은 로드뷰인데, 로드뷰로 찾아보니 아예 다른 동네처럼 나와있었다

나는 여기서 동네를 몇바퀴 돌며 몇킬로미터 십수분을 손해봤다

비도 오고 천안-서울 코스는 100킬로 가량이 되었던데다 난 천안에서 너무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면 안됐다

근데 지체하고 말았던 것이다


천안에서 평택까지 20여킬로. 평택 안에서 움직인 거리도 10킬로가 안되었다. 다시말해 난 아직 30킬로도 움직이지 못했다.

근데 벌써 시간은 오후 3시를 향해가고 있다.


오늘은 출발도 늦었지만 속도조차 느렸다.




열심히 길을 찾아서 달렸다

빗발은 더 굵어졌다

어휴


길을 찾았다. 난 다시 서울로 달린다.







그때였다.




두둠칫




그래 걱정걱정하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타이어가 펑크나버린 것이다


여행에 이런 일 물론 당연히 겪을 줄 알고 있었다

저 작은 바퀴, 이 큰 몸뚱아리, 이 적지않은 거리, 땡볕에 달구어진 아스팔트, 빗발에 미끄러운 아스팔트

어찌보면 아무일 없이 평택까지나 온 것이 기적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이러면 안됐다

난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난 단 한번도 타이어 펑크를 스스로 때워 본 적이 없었다


인근에 있는 자전거포를 검색해 보았다.

없다........

있다해도 몇킬로미터 밖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거기까지 갈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직접 하는 수 밖에..


(블로그에 쓸 거리 생겨서 내심 흐뭇했던 것 같다. 그래 이게 바로 추억이다! 아무일도 없었다면 그날 고생은 없었겠지만 일년 반 뒤에 떠올릴 추억도 더 적었겠지!)







수리공구를 꺼냈다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한번 봐 뒀기에 그대로만 따라하자 생각했다.

허나 타이어 튜브를 끄집어내는거부터가 고행이었다. 그리고 비가 너무 내려서 본드질이 잘 안되었다

약 40분 정도를 악전고투 했었던 것 같다


두둥


수리에 성공했다.
시간은 오후 3시를 넘겼다. 난 아직도 평택이다.
남은 거리는 대략 70킬로는 될 듯 하고.
아 오늘 과연 서울에 도착할 수는 있을까....






바퀴를 수리한 뒤로는 겁이 나서 주행을 험하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제대로 바퀴를 떼우긴 한건가. 좀있다가 다시 터지진 않을까....

또 바퀴가 터진다면 나는 1박을 추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변에 자전거포가 나온다면 바로 전문가에게 새로 수리를 맡기리라 생각하고 달렸다.


평택 북부의 길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평택시의회 앞의 내리막을 신나게 내달리다가 오르막 육교 이딴거 몇개 지나고 그 뒤부턴 원균장군묘 안내표지판만 계속 나왔다

왜 원균의 묘 따위를 안내하는지 납득이 안되었던 평택북부의 길이었다


과자공장 한개 지나고 좀 가다보니 감격스런 표지판과 조우하게 된다.





감격!

처음으로 표지판에 서울까지의 거리가 떴다!

서울시청까지 63킬로미터라면 서울 접경지까지의 거리는 한 50킬로미터 되겠지.

일단 오늘 서울까지는 한번 가 보자.


하지만 이 때의 시간이 오후 4시 20분이다.

아.. 너무 늦은건가.



[까지 작성]



2017. 5. 9


일년 4개월 전에 요 위에까지 썼고 또 시간이 이만큼 지났다.

자전거로 서울을 다녀온 지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근성으로 마저 쓴다.








평택을 지나서 이제 오산이다.

경기도 오산!





빗속에 매여있던 강아지 두 마리.

사나워 보였다.

3년 전이니 이 강아지들에게는 수십년만큼의 시간이 흘렀겠지 ㅋㅋㅋ








넘나 넘나 지루하던 오산-수원 구간이었다.

마음은 급하고 몸은 힘들고 비는 오고.

밤에 친구 만나서 술한잔 하려는데 과연 오늘 갈 수 있을까.

그리고 빗속에 이 더러워진 자전거와 이 몰골로 나는 과연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


퇴근시간이 가까워와서인지 서울에 점점 가까워져서인지 내 옆으로는 차가 잔뜩 밀려 있었다.

나는 엉덩이가 진짜 너무너무 아팠다. 그래서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안장위에 받쳐놓고 한쪽 엉덩이씩 번갈아 걸치면서 자전거를 몰았다.


에너지가 쭉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스트리트파이터2 의 마이크 바이슨(내수판:발로그) 스테이지 테마 노래를 들으며 힘을 내고 있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몇년간 그 노래는 내가 운동할 때 힘낼 때 듣는 노래가 되었다.


링크 : 발로그 테마 (https://www.youtube.com/watch?v=uKubwMZxg2M)







좀 지루하던 소도시들을 지나고 드디어 수원이 나타났다.

트럭이 처박았는지 우그러져 있던 수원의 얼굴.






수원에서부터 안양까지는 도시 전체가 오르막이었다.

친하게 지내는 동네 형님 이름이 '경수'형인데 이름이 같은 길을 찾았다.

며칠째 외롭게 혼자 자전거질만 하다 보니 아는 이름만 봐도 반가웠다.


폰과 아이패드 배터리는 점점 닳아간다. 사진을 아껴 찍어야 한다.

사진을 못남기는 것도 큰 문제지만 아이패드가 꺼지면 지도를 보지 못하고 폰 배터리가 다되면 친구와 연락을 할 수 없다.


모바일 기기들이 방전되는 것이 작은 문제라면

내 몸이 방전되는 것은 진정 큰 문제였다.

라이딩 막판 계속되는 언덕길은 너무 힘겨웠다.


나는 가방에서 커피믹스를 꺼내서 물도 없이 그냥 한개를 입에 털어넣었고

슈퍼마켓을 발견하고는 아이스크림을 한개 사서 먹었다.

힘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급한 나는 그 무지막지하던 오르막을 그냥 악으로 깡으로 최고속으로 올라갔다.

원래같으면 오르막은 자전거 끌고 걸어올라가는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다 만난 수원 성

이 때 나는 스트라이다를 팔아치워버리고 로드바이크를 사겠다 결심을 했다.

스트라이다는 자전거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스트라이다를 아직 팔지 않았고 로드도 사지 않았다)




수원을 드디어 벗어났다. 수원에서 미친듯 올라왔던 오르막만큼 한동안 내리막이 계속 되었다.



이 때 무슨생각을 했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몸이 반으로 쪼개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몸이 반으로 쪼개질 것 같다' 라는 표현을 여행 후기에 반드시 넣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진짜 엉덩이 죽을 것 같았다.


스트라이다는 탑승 자세가 일반 자전거와 다르므로 안장통이 심한 편이다.





안양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였다.

안양.

이제 진짜 서울 코 앞이다.

어떻게 가긴 가려나보다.







계원예대 앞 고가도로 밑을 지나며 본 하늘.


서쪽의 노을이 진짜 예뻤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참을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해가 진다.


해가 지면 자전거 운행은 굉장히 힘들어진다. 다행히 안양 서울 도심구간이므로 다행이다.

하지만 웬걸.

안양에서 과천 넘어가는 길은 도심이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경로를 안양 - 과천 - 남태령 - 사당으로 잡았다.


과천 들어가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서 고속도로로 올라갈 뻔 했다.

육포 될 뻔.



폰 배터리가 없어서 과천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과천은 도시 자체가 아주 예뻤다.


비는 그치다 오다 했다.

빗길에 미끄러운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바퀴가 미끄러져 자빠졌다.

아팠다..... 진심 아팠다.





과천을 지나고 지루한 남태령을 올랐다. 남태령을 지나면 서울이다.

과연 서울이 나올까. 서울.. 어서 서울.

난 지쳤다. 너무 힘들었다. 며칠간 쌓인 피로와 고통으로 힘들었다.

마지막 구간을 오르막으로 장식한다. 남태령.

그리 높은 오르막은 아니었지만 완만하게 굉장히 길었다.


저 고개를 넘으면 서울이 나오겠지.











남태령 꼭대기에 올랐고 며칠간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 것을 보고 말았다.


서울특별시


드디어 서울에 도착하였다.



감격하여 사진을 찍고 다시 이제 도심을 향해 내리막을 내달렸다.

몇킬로동안 사람한명 안보이던 남태령을 지나자마자 순식간에 번화가가 나타났다.


사당





뭐 조금조금씩 밝아지는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빠박 하고 나타난 사당 번화가.


온 자전거와 종아리가 구정물 범벅이 되어 있었고 나도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자전거와 다리를 대충 닦았다.

지하철을 타야 하기 때문이다.

내 최종 목적지는 구리다. 사당에서도 한참 더 가야된다.


아무튼 자전거 여행 총 몇킬로 아마 삼백킬로는 넘을테고 삼백오십킬로 되려나.

아무튼 그 지루하고도 흥미진진했던 모든 여정이 끝났다.


수고했다!!!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사진을 부탁했다.

애초에 도착하면 목에 걸기로 한 금메달을 꺼내어 목에 걸었다.

지금 보니 그냥 동네 미친사람같네.






4호선을 타고 이촌역에 왔다.

이 사진을 끝으로 폰은 꺼졌던 걸로 기억한다. 다행히 여행사진은 다 남겼다.

친구와 연락이 안되어 욕을 좀 먹었던 걸로 기억된다.


이촌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구리로 갔다.







술 퍼먹었다.

아무리 아파도 술은 들어간다.




다음날 밤 종로로 놀러갔는데. 진짜 포경수술 한 사람처럼 걸었다.

아예 보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두시간 돌아다녔나 발이 너무 아파서 금방 집으로 돌아갔다.


구리와 서울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KTX를 타고 대구로 돌아가는 길.

몸이 아파서 무궁화호를 타지도 못할 것 같고 해서 KTX를 탔다.


마침 구미와 김천에 사는 동생들이 내려가는 길에 구미 들렀다 가라고 하여 김천구미역을 목적지로 하였다.


김천에 사는 동생은 자전거로 서울 올라갈 때 1박을 제공해 준 감사한 아이다.

구미에 사는 동생은 내 대학 1년후배이다.

난 얼마 전 이 두 선남선녀를 서로 소개해 주었고 주선자 자격으로 셋이 구미에 모여서 술자리를 가질 계획이었다.









좀 허무했다.

자전거로 한시간에 10킬로씩 이동했다.

근데 이 무지막지한 괴물은 한시간에 300킬로를 이동한다.


1분에 5킬로씩, 2분이면 내가 자전거로 한시간동안 달린 거리를 간다는거다.

노래 1절 듣는 시간동안 말이다.


아...





김천구미역 도착했다.

또 술이다.

난 자전거여행을 하는동안 살이 2킬로가 쪘더라.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바로 다음달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하여 10킬로 정도를 뺐다.


열심히 밀당하며 썸타던 김천과 구미의 두 남녀는 이 날 밀당과 썸을 끝내고 정식으로 교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반년 전 결혼에 골인하였다.


.....


나는... 음...

뒤에 내 이야기도 쓰겠다.







구미에서 하루를 보내고 대구로 돌아오는 길.

시내버스만 타고 대구로 돌아가기를 시도했다.


구미에서 왜관까지 왜관에서 문양까지 구미버스 칠곡버스를 환승하며 이동한 뒤

문양에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왜관에서 1회 환승




그리고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대구.

이로서 진짜 여행은 끝나는거다.





하나 쉽게 끝날리가 없지.

문양에 내리자마자 자전거가 펑크났다.

자전거 펑크 수리는 이젠 장난이지... 하며 패치로 타이어를 때웠으나 잘 때워지지 않았다. 계속 바람이 샌다.

결국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 끝!




문양 앞에 있는 식당 이름.

나도 그렇고, 정가들은 자기 성 붙이는거 참 좋아한다.

뭐 저집 사장님이 진짜 정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ㅋㅋㅋ









이로서 자전거 3박4일 뒷풀이 3박4일 그리고 쓰는데 3년 가까이 걸린 여행기가 끝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감사할 사람이 많다.



일단 가장 감사할 분은 그 당시 나의 여친이었고 현재는 어딘가에서 잘 살고 계실 K양

여행 전에 일주일정도 나에게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워서 내가 자리를 비운동안 내 가게를 대신 운영해 주었다.

이 분의 협조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여행 자체를 갈 수 없었을거다.

비록 저 한달 뒤에 헤어졌지만 언제나 행복하길 응원함.


그리고 서툴던 초보 K양을 잘 서포트해 준 당시 알바 L양

예쁘고 친절해서 손님도 많이 끌어다줬다

얼마전에 멀리서 마주쳐서 순간 못알아보고 지나치고나서 잠시 뒤에 어! 쟤! 했었다.

지금 울가게 앞 대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잘 하고 있는걸로 알고있다. 보니까 남친도 생긴거같던데 항상 즐겁길.


그리고 반년 전 결혼한 김박 부부.

갈때 1박 올때 1박 신세졌다. 고맙지만 내가 더 큰거 해준거니 나에게 더 고마워해라.

이혼하지 말고 잘 살아라.


여행기 끝.

,

실패


5만원 뱉는다..............




이번도전 중압감이 커서 일부러 블로그를 더 멀리했던 것 같다

아무튼 첫 실패다



옷이나 좀 사야겠다



이제 맘은 편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카테고리에는 운동 이야기를 계속 쓸거다

(여태까지 쓰지도 않아놓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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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장을 지나고 아파트단지들을 지나니 이제 본격적 시 외곽이다

허벅지에 극심한 피로통증이 온다

나는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손으로 파스를 다리에 치이이이이이익 뿌려대며 길을 재촉한다

일찍 출발한 것도 아니고, 아직 어디로 어떻게 갈지도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급하다 마음이.


비는 찔끔찔끔찔끔

바퀴가 매끈한데.....




대전 시 외곽의 이정표

오늘 평택까지 가는건 힘들 것 같고

천안까지 가자.

천안.......


천안..


아 암튼 천안까지 가야겠다.





대전을 벗어나자마자 고속도로 들어가고 나오는 몇개의 분기점이 있는데 위험했다.

절대 조심.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고 들어간다.

그리고 오르막 구간이다.


근데 그걸 지나면 '대구 - 서울' 사이의 여정 중 가장 꿀내리막이 등장한다.

가장 안전하고 긴 내리막이다.








도로가로 자전거를 한참 타고 가다가 또 역방향에서 마주오는 자전거들을 만났다.

근데 이상하다.

어 저 자전거들은 왜 도로가를 달리지 않고 중앙선에 바짝 붙어서 도로 한복판으로 달리지 위험하게?

참 이해불가다. 자기네들 속도에 그리 자신이 있나...


근데..

그 자전거들이 왜인지 나를 좀 측은하게 비웃는 그런 표정이었다. 기분이 몹시 나빴다.



뭔가 좀 이상해서 자전거를 세우고 봤다.


도로 한복판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구축되어 있었다.

나는 그냥 중앙분리대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자전거 전용도로였다.


위 사진으로 올라가 왼쪽을 다시 보시라.

저기가 자전거 도로였다.



나는 자동차가 다 지나가길 기다린 뒤, 자전거를 들고 냉큼 중앙선으로 달려가서 높은 펜스를 넘어 자전거 도로로 들어갔다


오 마이 갓


두둥












이렇게나 안전하고 좋은 길이 있었는데 나는 도로가에 붙어서 아슬아슬하게 몇킬로나 달리고 있던거다

너무 억울했다



이 길은 너무 좋았다

안전 그 자체였다

그리고 세종시까지 계속 약내리막이었다


세종에서 대전까지 오는길은 반대로 꽤 힘들지도 모르겠다 - 기어없는 자전거라면.

경사를 느끼기도 힘들 정도의 약내리막이지만

체력이 방전상태라면 1도의 경사라도 절벽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거기다 내가봤을 때 거리가 10킬로는 거뜬히 넘을 거리라서 역방향에선 아마 꽤 힘들거다

아무리 육안으로 평지같아보이는 약한 오르막이라도 결국 표시안나게 사람을 쥐어짠다.

관성이 금방 사라지니 다리를 쉬지 못하니까.


나는 대전에서 세종으로 가는 방향이라 아주 편하게 왔다

이런 좋은 도로를 공짜로 타도 되나 싶을만큼. 너무 편하게 왔다

(하지만 불과 십 수분 뒤 나는 3박 4일 중 가장 짜증나는 사건을 겪고 또 몇시간 뒤 나는 3박 4일 중 가장 난감하고도 힘든 길에 접어들어 멘붕을 겪게 된다)


자전거 도로를 달려 세종으로 가는 길. 빗줄기가 굵어졌다.

이제 자전거 여행에서는 무시못할 수준의 비다.





자전거도로가 끝나고 옥천에서 헤어진 금강과 다시 조우했다

이 금강만 넘어가면 세종 정부청사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두리번대다 저 앞에 있는 인도턱을 진작에 발견못하고 있다가, 다행히 밟기 직전에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밟았다면 자전거가 튀어서 나뒹굴었을거다. 다행이다..



이게 보통의 날씨 보통의 노면같으면 해피엔딩인데, 비가 오고 있었다.

급브레이크에 멈춘 바퀴가 노면의 빗물에 밀리며 자전거가 슬라이딩하며 치이이이익 자빠졌다.


파워낙법 시전!!!!!!



역시 파워낙법으로 다친데가 없다.

휴...


몸과 손을 툭툭 털고, 자전거를 일으켜세우는데..

뚜둥.


땅에 나뒹구르고 있는 아이패드.


설마..


설마..........


설마.......................



조심스레 아이패드 커버를 열어보았다.











박살이 나 있었다.

아.....................



액정 수리비...

15만원.


한방에 날아갔다.

아..........................


'비도오니 다음 정차 때 아이패드를 거치대에서 빼서 가방에 넣어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말하는 '정차' 란 담배나 사진촬영의 이유로 자전거를 잠시 세우는 때인데, 진짜 '이번에 잠시 세우면 아이패드 가방에 넣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딱 그 직전에 이 사단이 벌어졌다.



하지만 어찌하리오. 일은 터졌는데.






가던 길 계속 간다. 마냥 바라본다고 깨진 유리가 붙지 않는다.






세종 정부청사가 보인다.

금강에서 정부청사 들어가는 길은 좀 위험했다.

공사차량들이 많이 다님.


길은 좁은데 길에 꽉 차는 트럭이 막 다닌다.


이 점 유의하시길. (아마 공사는 언젠간 끝나겠지만)





세종 정부청사 앞으로 오니 혼돈이 온다.

아이패드 유리는 거미줄이 쫘자자자자자자작 가 있고,

계속 지어지는 신도시다보니 도시의 건설속도를 지도의 갱신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듯 하다. 그래서 인터넷지도와 실제의 길이 살짝 오차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단지들이다보니 그 길이 그 길 같다.

또한 가로세로 바둑판식으로 된 동네가 아니고, 정부청사 자체가 되게 희한하게 구불구불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다.


어디로 가야하지.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공사중인 한 건물의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지도를 한참 봤다.

프린트한 종이 지도는 빗물에 번져 엉망이 되었고, 그마저도 찢어져서 걸레가 되어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비밀요원 K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동안 하소연 한 뒤, 담배를 몇대 피며 멍때리고 있다가 아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 천안에 도착하지 못한다...... 라는 생각에 다시 길을 재촉했다.




정부청사는 정말 장관이었다.

고래등만한 건물들 수십동이 모조리 공중터널로 연결되어 한 건물처럼 이동할 수 있었다.

그 건물들의 길이만 10킬로는 족히 넘겠더라. 




바로 이런 식으로 건물과 건물들이 다 연결되어 있었다

비 한방울 안맞고 건물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다. 진짜 도시 하나가 건물 안에 이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정말 장관 대 장관이었다.



야 어마어마하다

나는 감격했다


내가 좀 이런데 잘 감격한다.

엄청나게 큰 구조물을 보면 '인간의 힘이란 역시!!' 이러면서.

주로 큰 댐, 거대도시의 야경, 험한 산지에 지어진 건물 등등을 보며 그런 엑스터시(?)에 빠진다.


뭐 그래봤자 인간은 대자연 앞에 하찮은 존재일 뿐이지만.

그 하찮은 존재가 이렇게 대단한 걸 해내고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감탄

또 감탄을 하다가 나는 길을 재촉한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파트단지를 지나고, '과연 지도상에서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가고 있다. 진짜 세종에서는 지도를 아무리 봐도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수가 없더라. 스마트폰의 GPS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것의 오차도는 신뢰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으므로. 역시 지도를 확실히 읽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 내 주변의 랜드마크급 건물 하나를 골라 검색어를 찍어서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럴만한 건물이 없었다. 아직 덜 만들어진 도시라 허허벌판에 가까웠으니.


어느 학교를 하나 발견하고 그 학교의 이름을 찍어보았다.


아.

갈림길이구나.


그렇다 나는 갈림길 앞이다.

하나 선택해야 한다.


현위치는 세종시 전체의 면적 중 거의 중심에서 살짝 남쪽.

목적지인 천안시는 세종시의 정북쪽보다 살짝 서쪽에 있는 북서쪽에 위치. 


1번 루트 :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세종시청 - 조치원 - 천안'

2번 루트 : 인터넷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었던 ' 공주 북부 - 정안인터체인지 - 천안'


1번 루트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루트이므로 검증되어있다. 또한 도시권인 조치원을 경유하므로 일단 돌발상황에서 안전하다. 하지만 북동쪽 청주 방향으로 살짝 둘러서 가야한다. 다시말해 멀다.


2번 루트의 경우, 딱 북서쪽 방향으로 쭉 전진해서 정안인터체인지까지 간 후, 그곳에서 정 북쪽으로 올라가면 천안이 나오는 - 거리상의 낭비가 거의 없는 루트다. 다시말해 가깝다. 허나 인터넷 어디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던 루트다. 로드뷰로 확인해봤지만 중간에 아무것도 없다. 그냥 산 사이로 난 국도다. 정보 전무, 노숙 불가, 그냥 무조건 즈려밟고 달려야 한다. 좀 모험.


시간은 애매했다. 현재 시각 오후 4시.


준비성이 투철한 나는 대구에서 출발하기 전에 일몰시간을 다 체크해 뒀었다.

안전한 시간은 7시다. 7시가 지나도 30분 정도는 더 갈수는 있지만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는 밝기는 7시.

거기다 오늘은 비가 온다. 뭐 사실 비가 온다고 일몰이 더 빨리 오진 않는다. 그냥 하루종일 좀 더 어두침침한 게 전부다.

그렇지만 조심해야한다. 게다가 나는 어제 자전거 전조등을 분실했다.

비오고 전조등도 없다 그러므로 7시 이전 안전시간대에 무조건 가야한다.


남은 거리는 루트별로 대략 40킬로~50킬 정도 될 것 같고...

공주 - 정안 - 천안 루트로 가면 한 10킬로는 아낄 수 있고.

현재시간 4시. 남은시간 3시간. 40킬로는 어찌 가도 50킬로는 못간다.


그냥 오늘 천안공략을 포기하고 조치원에서 잘까..?

사실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었다.


근데 솔직히 천안에서 1박을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천안이 좀 더 친숙한 도시이기도 했고. 평생 두번 갈 일은 없는 도시이긴 한데,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다.

이유는 뭐.. 차차 설명하고.


답은 나왔다.



직진하면 조치원, 좌회전하면 공주다.

2번 루트다. 공주 - 정안IC - 천안


고고고고고



난 좌회전을 했다.






접어들자마자 오르막이 나왔다

언제 끝날지 모를 오르막이다


며칠간 자전거 여행에 이골이 난 터라 오르막도 그냥 쒝쒝쒝쒝 올라간다

길 건너편엔 은하수공원? 암튼 굉장히 예쁜 이름의 공원이 있었다.

보니 추모공원(납골당) 같던데.


아무튼 길을 따라 쭉 간다.


사실 여기서부턴 사진찍을 정신도 없었다.


오르막의 지평선 넘어서자 내리막이 나타나는데.


아... 고속도로 수준의 국도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인데, 아무것도 없다. 산 사이로 놓여진 국도다. 어디 중간에서 빠져나갈 수도 없는 완벽히 산 사이의 도로.


아.. 뭔가 불안한데..... 되돌아갈까...

아니다 그냥 가자. 좀 가다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


......


안나온다.




비를 치덕치덕 맞아가며 오르막 내리막이 단조롭게 나오는 길을 계속해서 가고있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미 돌아가기에도 너무 많이 왔고, 도로는 양쪽 옆구리로 산을 끼고 가거나 아니면 빠져나갈 수 없는 고가도로 였다. 그야말로 산간 오지 수십킬로를 통과하여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무정차 국도.

만약 여기서 다친다거나 자전거가 망가지면 나는 진짜 그대로 절단나는거다.


언젠간 끝나겠지. 끝나겠지.


안끝난다.


양옆으론 끝없는 산.

눈앞으론 끝없는 도로.

뭐가 나올지 모르는게 더 두렵다.

이 길은 언제 끝날까.


양옆의 자동차는 쌩쌩 100킬로로 지나고 있다.


그 때였다.



눈앞에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괴물....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터널이다.


자동차를 타지않고 터널을 지나본 적이 있는가?

나는 서울 살 때, 상도터널을 한번 그렇게 걸어서 지난 적 있다.


매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갈곳이 없어 헤매며 사방을 후려치는 자동차의 풍압.

무엇보다 사람의 혼을 빼는 건 긴 튜브의 내벽을 끊임없이 때리는 그 굉음. 소음.

내 뒤를 따라오는 자동차들이 언제 돌진해올 지 모른다는, 하지만 피할곳은 없다는 공포.


사람의 혼을 완전히 빼놓는다.


하지만 상도터널은 그래도 사람이 걸어서 통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터널을 만든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지 않은 누군가가 이곳까지 올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터널 가장자리의 세뼘이나 될까 싶은 턱이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길이었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터널 벽에 바짝 붙어서 바들바들 떨며 걷기 시작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터널은 1km 정도 되더라. 보통 걸음으로도 걸어서 15분.

벌벌 떨며, 자전거를 앞세워 밀며 몇분을 걸었을까.

뒤로는 자동차들이 계속 휭휭거리며 날 지난다.

공교롭게도 터널은 C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었다. 뒤에서 오는 차들은 가까이 와서야 나를 발견하였는지 아님 뭐때문인지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클락션을 누르며 지나간다. 머리를 터뜨릴 것 같은 소음이 고막을 때린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곳을 걷는 게 불법은 아닐거다. 크기나 용도나 사람 걸으라고 만든 턱이었을테니. 아마 비상시일테고.

문제는 터널에서 겪을 대부분의 비상시는 터널의 자동차 운행이 완전 멈춰지겠지만, 난 비상시가 아닐 때에 그곳을 걷고 있었으니...


학창시절 주먹다짐, 무서운 선생님의 체벌, 군입대, 철없던 시절 돈벌이도 없이 막 긁었던 카드값 독촉 등등

살면서 공포스러운 적은 많았다.

하지만 내인생 30년 넘는 시간 중 그토록 강렬하게 공포스러운 적이 있었을까.

진짜 멘탈이 붕괴되었다.



터널이 끝났다.

나는 정말 기진맥진해서 기력이 완전 상실되었다.

덜덜덜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가야지.

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도로가를 달린다.



2박 3일간 싸워왔던 더위였는데.

어느새 공포심과 비바람으로 온몸에 추위가 엄습하고 있다.

나는 가방에서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었다. 하나 챙겨오길 백번 천번 잘했다.


기름값이 비싸다 했던가.

난 LPG 차를 한 1년 몰아본 게 전부라 휘발유 시세를 잘 모른다.

2000원치 넣으면 한 10킬로 가나? 뭐 모르겠다만.

아 내가 공포에 떨고있는 한시간 10킬로의 거리를 몇천원으로 갈 수 있다니.

너무 싼거 아닌가.


빗속에서 오돌오돌 떨며 가는데, 옆을 슁슁 지나는 자동차들...

자동차 천장 아래에서 안락하게 라디오로 노래를 들으며 갈 저들이 너무 부럽다.

정말 그때 느낀 심정이다.


길은 끝이 안난다.

지도상으로 보면 이대로 한두시간은 더 달려야 뭐가 나올 것 같다.


나는 이미 공포심에 완벽하게 굴복했다.

어딘가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견인차 오면 좀 얻어타게.

아니 콜택시를 부를까. 나 지금 여기서 탈출할 수 있다면 오십만원 백만원이라도 낼 것 같다.

길가는 차를 잡아탈까. 근데 이 몰골에 이 짐에.. 불가능이겠지...


그리 오래 지난 것 같았지만, 세종에서 출발한 지 고작 한시간정도 되었다.

되돌아가면 한시간이면 다시 세종으로 간다.

앞으로 쭉 가면 뭐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되돌아가는 쪽이 현명할 수도 있었을텐데.


터널..

터널은 두번다시 통과 못하겠다.




그냥 공포심에 매몰된 상태로 나는 계속 앞을 향해 갔다.



한참을 가자 양옆을 끝없이 둘러싸던 산이 잠깐 반짝 끝나고 도로는 교각 위를 달리고 있다.


유레카!!!

고가도로 아래로 다른 길이 하나 보인다.


이 고가도로의 높이가 7~8층 건물 높이는 족히 되어보이는데. 아무튼 저 까마득한 밑으로 다른 길이 하나 보인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이 길보단 낫겠지.

일단 이 길을 벗어나자!!!!


나는 고가도로가 끝나고 다시 산과 만나는 지점의 길도 아닌 비탈로 허겁지겁 자전거를 들쳐메고 내려갔다.

비에 진창이 되어있는 비탈을 헥헥대며 내려가서 교각 아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을 한모금 마시고 담배를 한대 빼물었다. 아 진짜.... 죽다 살았다.




숨을 돌리며 루트를 재설정해본다.


교각 아래를 십자로 교차하는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일까.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이 길이 정안인터체인지 경유보다 더 최단거리이긴 하지만 너무 오지같아서 포기한 그 길 같은데...


거미줄처럼 금이 쩍쩍 간 아이패드를 이리저리 밀어본다.

신뢰할 수 없는 현위치지만, 다행히 너무 오지이다보니 다른 길이 없어서 내가 있는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

이 길 따라 가면 천안으로 갈 수 있다!!!!


다행히 이 길은 차가 거의 없는 지방도로다. 주변에 농촌마을도 보이고.

아까같은 그 삭막한 길보다는 백배 나아보인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아직 갈길은 멀고 시간은 2시간도 채 안남았지만 그 지옥같은 길에서 빠져나온 것 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전의 쪽으로 가면 천안이 나온다.



도덕리가 아니라 덕학리였다

공주 덕학리





찌들대로 찌든 30대 초짜 모험가의 몰골이다


출발하자마자 시골마을이 하나 보였다

얼마나 반가운 '인간의 거주' 흔적인가


무인도를 탈출해 배를 발견한 사람의 심정이었다

나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감격의 셀카를 남기고 다시 길을 떠났다








길을 따라 쭉쭉 간다

이 길 따라 북쪽으로 쭉쭉 달리면 된다


처음엔 오르막이 좀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비에 젖은 아쿠아슈즈가 자꾸 돌아간다.

불편해서 신발을 계속 고쳐신는다. 그래도 행복했다.


뒤로 갈수록 길은 편해졌다

자동차도 없고, 길도 깔끔하게 뚫려있고 약한 내리막이 계속 지속된다.

그리고 양옆은 계속 시골마을.


나와서 담배피는 시골청년도 보이고.

슈퍼마켓도 한두개씩 보이고.

대학교 지방캠퍼스도 보이고

세종시 민속박물관인가? 뭔가? 그것도 보이고.

아 너무좋다. 이 기분. (그리고 아직도 기억하는 내 기억력!!!)




천안과 맞닿아있는 세종 전의

이제 다 와간다.




천안까지는 25킬로미터.

모든 거리는 시청 기준. 시청은 보통 시의 한복판.


그렇다면 일단 천안 들어가는데까진 한 10~15킬로 남았단거고.

도시 안까지 일단 어떻게 진입하면 그 뒤부터는 가로등 불빛과 인적에 기대어 야간주행도 가능하니.

일단 한시간 반, 두시간만 고생해 보자.





기억나는 건.

길 막바지에 무슨 화장품 공장이 하나 있었다.

그것이 길의 끝이었다.


드디어!

고가도로를 비상탈출해 뛰쳐내려간 덕학리에서부터 시작되어 정북쪽으로 1자로 쭉 올라오던 시골 지방도로가 끝났다.

전의역 근처까지 왔다.




지금껏 달려온 길의 이름이 근성길.

그야말로 근성있게 달려왔다.

이제 진짜 천안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천안이다




진짜 조금만 더 오니 일단 천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다시 세종으로 넘어가더라


천안에서 세종시 쪽으로 살짝 톡 튀어나온 지역 지나며 잠시 스쳐간 천안땅

거의 훼이크였다




소정리역 인근에 도착하여 비도 좀 더 피할겸 다시 고가도로 아래 굴다리에 자리잡았다

무슨놈의 고가도로 굴다리들이 이리 많았는지 ㅋㅋㅋ 비 피할곳은 많았다 ㅋㅋㅋㅋㅋㅋ

무조건 다리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일단 이제 천안이 코앞이니 잘곳을 정해야 한다.

자전거 때문에 찜질방에서 자는건 무리다.

또 하루종일 개고생하고 나면 찜질방 그 사람많은 곳에서 왁자지껄한 복판에서 자고싶은 마음따위 싹 사라진다

모텔 어딜 갈까.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다운받아둔 어플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안난다만, 모텔 예약, 할인 어플이었다.


혼자가서 잠만 잘꺼니까 좋은모텔도 필요없고.

여기서부터 멀든 가깝든 여행 루트에서 크게만 안벗어나면 상관없으니 가격을 최우선으로 검색했다.

제일 싼 모텔이 2만5천원이었나.. 2만원이었나.. 3만원까진 안했던거 같은데.

아무튼 되게 싸게 모텔 하나 예약했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오아시스 모텔



공교롭네 ㅋㅋㅋㅋ



소정리역 인근에서 천안 들어가는 길은 굉장히 위험했다

아까의 그 터널 고가도로 버전이었다

어마어마한 트럭들이 갓길을 위협하고 있었다. 나는 고가도로 밑으로 떨어질까봐 무쟈게 쫄아서 또 벌벌떨며 엉금엉금.

뭐 이번 길은 길진 않았지만.




유관순 누나 조형물이 천안에 다시 온걸 반기고.

목천읍에 들어오니 역시 병천순대의 고장 천안, 순대국밥집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뭔가 확 번화가다 싶은데는 없고. 그래도 인적이 끊이지 않는게 어딘가.


씽씽 달리는데 옆에서 승용차 한대가 물웅덩이를 밟으며 구정물샤워를 시켜줬다

뭐 원래 쫄딱젖은 거지꼴이라 표시도 안났지만 그래도 기분 더럽드라

귓구녕까지 물이 다 들어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꿋꿋이 달렸다


도정리인가 뭔가 하는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지도를 확인했다.

거기서부터 천안 시내버스가 빈벊

천안은 되게 좋았던 게, 동네 버스정류장에 도시 전체 지도가 다 그려져 있더라. 대략적 현위치랑.


그래서 모바일기기를 꺼내지 않아도 현위치를 파악하기 참 쉬웠다.


도정리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와 큰 오르막 하나 넘어가니 시가지가 보인다

다 왔다.


내리막을 슬슬 내려오는데 좀 이상하다.

뒷브레이크가 고장났다.

잡아도 안먹힌다.

언제 고장났지?


아.....


일단 천안 시가지 들어오니 대충 길이 눈에 보인다.

예전에 천안 몇번 왔었고, 자동차 운전하며 돌아다닌 적도 있어서 길눈이 상상을 초월하는 나에게는 여전히 기억이 많이 남는다.



천안하고의 인연을 이제 풀어보자면.

한 5년~4년쯤 전에 천안 여성분이랑 한 1년 가까이 교제한 적이 있었다.

거의 대구에서 많이 봤었기에 천안에 간 적은 서너번 손에 꼽히지만 아무튼.

천안 그래서 영 낯선 도시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내가 머무를 숙소가 그 친구가 살던 동네인 천안 서북구 쌍용동이었고.


뭔 인연과 재회를 기대하고 간건 절대 아니다.

언젯적 인연을 지금와서 찾겠나.

제일 싼 모텔을 찾은 것 뿐이었다.


아무튼 모바일 기기들의 배터리가 거의 다 되어 꺼지기 일보직전이다.

이거 꺼지면 모텔 예약한거를 보여줄 수가 없다. 모바일쿠폰이라.

아 이제부턴 감으로 찾아갈 수 밖에 없다.


쌍용역만 찾아가자.


가다가 천안 남부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 하나가 날 막아선다.

고가도로 아래에 베드민턴장인가 테니스장인가 뭔가 하나 있던데. 거기 운동들어가려는 아저씨 붙잡고 쌍용동 가는길 물어서 방향을 잡았다.

고가도로 넘어가야겠네.


고가도로.

오늘 무쟈게 맞닥뜨린 고가도로 하나 또 넘어가야된다.


고가도로를 넘어가려고 자전거를 들쳐업고 구불구불 계단을 올라가는데 앞에 여학생 한명이 걸어올라간다.

진짜 주변에 인적도 하나도 없는 으슥한 곳이고, 날씨도 시간대도 그랬고 뭣보다 내 몰골도 그래서 앞에 가는 여학생이 괜히 불안해 할까봐 좀 천천히 거리를 두고 걸어올라갔다. 고가도로 올라가니 여학생이 사라졌다. 좌우양옆 갈곳없는 높은 고가도로였는데 귀신처럼 사라졌다. 묘하게. 헐..


교가도로 올라서니 저 멀리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저 아파트단지가 쌍용동일거다. 아마.


방향을 잡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익숙한 동네가 나타났다.



예전에 왔던 그 동네네...






긴장 풀리니 배도 고프고

마침 잘됐다 방전된 모바일기기 배터리들도 내 몸뚱아리 에너지도 다들 충전해야겠어서 식당을 찾아 들어왔다


하루의 사투를 여실히 보여주는 쭈글쭈글한 손가죽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이건 그냥 정말 맛있더라

특히 모주.

죽여줬다 정말



에너지가 훅 충전되는 게 느껴진다

폰 배터리도 채웠고


난 다시 모텔 찾아서 간다






오아시스 모텔

나름 좋더라


쿠폰 보여주고 돈 지불하고 방 잡고 들어와서 일단 싹 씻고, 자전거 세차까지 끝냈다

찜질방에서 못자는 게 자전거 때문이 제일 크다.

보관이 힘들다,

그리고 오늘같은 날은 세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몸도 한번 푹 지지고 자전거 씻고 빨래까지 싹 끝났다.



3박 4일 중 오늘까지 3일이 지났다.

이제 내일 하루 남았다.


지긋지긋하던 여행이었는데 뭔가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렇게 빨리 끝나는건가.....


인생에 잊지못할 며칠이 내일로 끝나는구나..








씻고 훌렁훌렁 벗고 방 사진 찍었다가, 혹시 내가 발견못하는 어딘가에 반사되는 내 벗은몸이 사진속에 숨어 있을까봐 새로 옷입고 사진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뒷정리 깔끔하게 끝내놓으니 9시가 넘었더라.


모텔 앞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 좀 사왔다.

하루를 무사히 끝낸 것을 자축해야지..





평소같으면 간에 기별도 안갈 양이지만.

오늘은 꽤 피곤했다 ㅋㅋㅋㅋㅋㅋ


티비에 나오는 장나라랑 장혁 나오는 드라마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로 저 둘의 케미를 다시 보다니.

세월 참.. 여전히 잘났고 예쁜 그들을 보며 왜 나는 이렇게 늙었나.. 생각하다가, 그래도 이나이에 이렇게나 하지않나!!!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뭔가 쓸쓸하다 마음이



여행 3일차 끝!!!!!






절대적으로 조치원 경유해라

진심이다






여행 4일차 아침이 밝았다.


출발하려고 짐 챙기고, 씻고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다가 틀어둔 티비를 힐끔 보았는데.

김일중 아나운서가 나오는 전국방송 아침 프로그램이었다.


오. 마이. 갓.



몇년 전 만났다던 천안 그 여성분이 티비에 나오고 있었다.

뭐 해독주스인가 뭐시긴가 관련해서 길가는 사람들 붙잡고 하는 인터뷰였는데.

첨엔 아 목소리 비슷하네 어 되게 닮았네. 이러다가 보니까 동일인물이었다.



뭐 누구든 티비에 나올수도 있긴 하지만 내가 지금 있는 여기가 어딘가


천안만 오면 어떻게든 보긴 보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신기했다

뭐 그랬다고


다시 자전거 타고 길 떠난다.



4일차 마지막 여행기에서 봅시다

언제 쓸지는 모르겠지만.




















,

대략 10일 남았다

현재 몸무게는 74.8킬로.

내 방 저울이 별 신뢰성이 없는 싸구려다. 젤때마다 다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젤 작게 나온걸 기준삼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어때. 내맘이지.

뭐 그래봤자 일이백그램이다.


딱히 별 내용없이 몸무게만 나열하는건 사실 별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게 아니다보니 쓸 게 없어서다


요즘 내 감량에 관련된 일과를 나열하자면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크로스핏 1시간 빡쎄게 뛰고

집으로 돌아와서 바나나, 사과주스, 구운계란, 콜라비, 아몬드 등등 먹고 출근

그리고 낮에 일하면서 아침과 거의 동일한 식단으로 먹고, 그래도 배고프면 가게에서 파는 과자 아주조금 먹는다 입 심심한거만 달랠 정도로 먹는다 (사실 칼로리는 과자가 엄청난데 - 그래도 과자를 먹는 이유는, 과자는 라면이나 김밥처럼 통으로 먹을 필요는 없으니까. 딱 조금 씹을 정도만 먹는다)

저녁에는 걍 술 퍼먹는다

저녁에 술 안먹었으면 이미 살 쭉 뺐을텐데. 그냥 그 즐거움도 포기할 순 없겠더라.

뭐 그렇게 술까지 안끊어도 운동량 늘이고 식사량을 조절했으니. 뭐든 완벽할 필요는 없다. 안하는거보단 하는게 낫다. 뭐라도.


하지만 이제 마지막 10일이니 음주량도 조절할 예정이다.


주말에는 크로스핏 체육관이 문을 안여니 개인운동한다.

산책, 조깅이나 가벼운 등산이다.



그렇다.

아무튼 오늘은 술 안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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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

카테고리 없음 2014. 10. 25. 12:09

공복이다 후후후후후

,

크로스핏을 한 뒤로 몸의 핏은 날이갈수록 좋아지는게 느껴지는데.

몸무게가 변화가 없다. 와 나 미치겠다.

괜히 실패옵션 걸었다. 블로그 없앨 판.

뺄때까지 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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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코어 77.6


죽겠습니다 죽겠어

갈길이 멀다

최소 4.6 이상 빼야 72킬로대가 되어 도전에 성공한다

지금 77.6

하지만 오늘 밤 막걸리 2리터와 고기안주를 먹을예정이다

뭐 내일 쫌 더 빡쎄게 운동하지 머



오늘 10킬로 달리기를 하려다가 3킬로 뛰고 말았다

3킬로에 한 15분 걸리던데

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운동 더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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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운동하러 돌아다니다가, 집 근처에서 크로스핏 박스를 발견했다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운동이라면 호기심이 가득한 나 주저없이 등록했다


오늘이 2일째다

택배 상하차 알바랑 비슷하다


나름 재밌다 할만하다


여태까지 내가 지나온 운동들을 나열하자면


비보잉과 팝핑. (이것을 운동의 범주에 넣을수 있겠냐만, 신체능력 향상과 몸매관리에 도움을 준건 무엇보다도 컸다. 그 기간또한 가장 길었다 물론 아주 오래전이지만)

헬스. 군 전역뒤로 지금까지 10년간 드문드문. 20대 백수땐 등록하면 열심히 다녔는데 ㅋㅋ 

수영. 나름 오래다님 크롤 평영 배영 접영 4대영법 다 가능

복싱. 깔짝깔짝 다녔지만 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했음 아직도 혼자서 한번씩 연습

걷기. 그냥걷기 말고 최소 10킬로 ~ 20킬로- 삘받으면 10킬로씩 달리기

한동안 주말마다 등산에 빠짐. 사실 산꼭대기 가서 술퍼먹으려고. 팔공산 정상까지 1시간 20분만에 올라간적도 있다.

자전거. 알다시피 얼마전 서울까지도 갔음

롱보드 


이번에는 크로스핏 도전이다

재밌네


개인운동이 아니라 단체로 같이 하고 기록도 재고 이런게 좋다

내가 몇년간 자영업을 하다보니 단체활동에 대한 갈망이 있고 요즘 인간에 대한 외로움을 타는 터라 ㅋㅋㅋㅋ



아무튼 지금 감량은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운동에 몸이 익숙해져버렸다

그리고 매번 주말이 고비다 주말약속이 고비다


밤마다 혼자서 홀짝홀짝 마시는 술이랑.


운동량이 훅 늘어나서 몸의 지방들이 태워지고 채워지며 재배치되어 몸매는 꽤 많이 다듬어졌는데 역시 공약한 것은 몸무게 숫자다 

3주 좀 넘게 남았다

되든 안되든 하는거다




달력보니 오늘이 체육의 날이네

체육의 날에 걸맞게 오늘도 열핏을 하고 왔다


열핏이란 '열심히 크로스핏' 뭐 이런거겠지. 열심히 공부 열공 이런거처럼

암튼 다들 열핏열핏 그러더라.


앞으로도 쭉 열핏


이 도전동안 감량이야기만큼 크로스핏에 대한 이야기도 써야겠다

블로그 자체를 귀찮아서 잘 안하지만





ps

아직도 꾸준히 왼손글쓰기는 하고있다. 예전처럼 매일매일 칼같이 하진 않아도 계속 쓰고있다.

그리고 서울-대구 자전거 여행기는 지금도 계속 작성중.... 얘기가 길어서 완성을 못하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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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따라 몸무게가 조금씩 왔다갔다 하는데 78 정도에 와 있다





내가 주로 운동하는 코스다

그냥 걷는다


이쪽 말고 공단 따라 남쪽 달성습지 방면으로 걷기도 하는데

이쪽이든 저쪽이든 한 10킬로

좀 빠른 걸음으로 1시간 30분~40분 사이로 걷는다


매일 걸으면 빠진다

매일 걸어라


여기는 경치가 너무너무 좋다

그래서 걷기도 참 좋다


라디오 컬투쇼 들으며 걷는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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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안남았다

살은 77킬로대까지 훅 내려갔으나 주말에 술퍼먹고 열심히 놀며 다시 80 올라왔다

어차피 때되어 72만 찍으면 도전은 성공이다


어제 그간 최근 한달사이에 처음으로 술을 안마셨다

ㅋㅋㅋㅋㅋㅋ 한달사이 처음이다

한달내내 술을 마신거란 말이다


뭐 최근 몇달 사이에도 안마신날 며칠 되지도 않는다만

이제 앞으로 한달간은 초절주에 들어가야된다


한달동안 10킬로 가까이 빼는게 쉬운가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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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79킬로


운동을 하는데 사실 요즘 스트레스 때문에 밤마다 술이다

원래도 술이야 워낙 좋아했지만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독하게 딱 줄이려고 하였지만, 밤만 되면 짜증과 우울이 밀려와서 꼭 술을 마신다



오늘 78 고지를 공략하려고 했는데 (78킬로대 진입)

부모님댁에 왔다

간만에 집밥 먹겠네.... 아


78 고지 공략은 오늘 밤으로..


79킬로에서 일주일째 꿈쩍을 안한다

일단 80킬로 위로 안올라가는 쪽으로 몸을 적응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내 평생 오늘이 가장 큰 날이길.






- 운동후


79.0 ~ 79.1


아... 100그램 까비..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78킬로대 되어있겠다




어차피 숫자놀음이니

나는 숫자에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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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어제 2일차.

모든 여정을 끝내고나니 정말 쩐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이 온몸을 엄습하였으나 아침이 되니 몸은 '그나마' 가뿐해졌다

다행이다




전날 군대후임이 좋다고 안내해줬던 모텔은

걍 좀 구렸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조도 없고. 난 몸을 풀고싶었는데.




내가 잤던 모텔촌을 지나는데 소희가 방을 세놓고 있었다





대전역과 대전시내 사이에 있는 다리

대전은 이전에 개인적으로 두세번쯤 와서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다

마지막 방문도 약 3년 반 전. 떼인 월급 받으러 ㅋㅋㅋ




다리에서 바라보는 대전시내 방면인데 사진은 그닥.





식당 가서 아침 먹었다

식당 이름은 잘 생각 안나는데 음식이 굉장히 깔끔하고 맛있게 잘 나왔다

자.. 인터넷 검색해봐야겠다.






음 기억이 맞다면 이집같다

대전한우

맛있고 깔끔했다 아침일찍부터 문열었었고


아 파워블로거지도 아니고 이렇게 대놓고 선전해주지 않는데 ㅋㅋㅋㅋ 그만큼 이집은 만족스러웠음 ㅋㅋ 뭐 어차피 내 블로그 사람도 몇 안오고 ㅋㅋㅋ ㅠㅠㅠㅠ




나는 어처구니없고 멍청하게도

자전거 여행중이었는데... 밥 다먹고 자전거를 가게에 두고 그냥 기어나오다가 가게 사장님이 '자전거 안갖고가요?' 해서 자전거를 들고나왔다


정신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대전역 찍고 나의 3일차 여행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3박 4일의 여행 중 이번 3일차가 가장 하일라이트라 볼 수 있겠다



몸이 완벽히 정상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래서 대전역 옆 약국에서 뿌리는 파스 하나 샀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익


뿌리고 시작한다







대전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하천

이름은 모른다

대구의 신천과 비슷하게 생겼다








대전 도심구간은 그냥 심심했다

사진으로 남길만한 것도 없었고

그나마 기찻길 보이길래 사진 하나 찍었다


사실 일단 자전거 안장 오르고 나면 사진찍기 참 힘들다


아침에는 마음이 바빠서 또 뒤에가면 더좋은 피사체나 경치가 있을까봐

오후에는 몸이 지쳐서 갈길이 멀어서 밧데리가 없어서






기찻길을 건너는 자동차들

영화 '핸콕' 이 떠오른다

모르면 말구 ㅋㅋㅋㅋㅋㅋ







대전 시청이 가까워온다

대전 시청 근처의 동네는 뭐랄까....

천안의 백석동? 뭐 그동네 비슷하게 생겼다.


이렇게 말하면 뭔소린가..? 할텐데.. 나는 어떤 첨가는 동네에 가면 이 동네와 가장 비슷한 내가 방문했던 동네는 어딜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기억을 들쑤셔서 매칭하는 요상한 버릇이 있다.

아무튼 대전 시청사 동부의 동네는 천안 백석동 닮은걸로.


이런 의미없는 이상한 사진들은 보통. 내 직업병(?) 적 기록인데. 아 나중에 이런동네에 커피숍 차리면 장사 잘되겠다! 하는 기록 남기기다 ㅋㅋㅋㅋㅋㅋ






저멀리 보이는 대전시청

씨리홀







대전 시청이다

예전에 2010년에서 2011년 올라갈 때. (아이유 3단고음으로 대한민국 휘어잡을때)

커피숍 말고 개인사업 하고 있었는데, 어떤 회사 일도 도와줬는데 월급을 떼였었다

그래서 그돈 받으려고 대전시청 근처 노동청에 온 적 있었다

내가 일해준 회사가 대전-금산 소재 회사라서

일해주는 내내 월급 참 고생스럽게 조르고 재촉하고 어르고 달래서 억지로 받았는데 결국 내 예상대로 마지막달 월급은 떼먹고 잠수타더라

그래서 빡쳐서 신고

한달치 월급이라 그돈 버리는 셈 치고, 그 회사 대표놈 감방에 처넣든 호적에 줄이 생기든 어떻게든 법의 심판을 받는 쪽으로 해주고 싶었는데, 일이천만 아래의 돈은 '우리에겐 거액, 허나 법적으론 소액'

그걸로는 어떤 제재도 못가한댄다. 그래서 돈 받았다


남 일 부려먹고 돈 떼먹는 놈들은 그냥 팍!!










시청을 지나고 이제 슬슬 대전 북서부로 간다

원래 대전부터는 루트를 여러개로 짰다


- 공주 - 천안 - 평택

- 세종 - 천안 - 평택


- 평택 - 수원 - 서울

- 평택 - 오이도 - 안산 - 인천 - 서울

- 평택 - 안산 - 서울

- 평택 - 안산 - 인천 - 서울


등등등


근데 이틀간 자전거로 상행 뛰어보고 내린 결론



'최단거리 돌파'





어쨋든 대전은 벗어나야한다

대전시청을 지나 신호대기 하는데, 어디서 타는냄새가 솔솔 난다.

뭐지?

뭐지?




어떤 미친놈이 가로수에 불을 붙였는지, 도심 한복판의 가로수가 불에 타고 있었다

나뭇잎이 타는 게 아니라, 나무의 줄기의 옹이 부분에 불을 붙여서 나무 몸통이 숯이 되어서 안으로 빠직빠직 타들어가고 있었다



미친놈...




주변사람들 힐끔힐끔 보고도 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지 그냥 가만히 있다

하긴. 오줌을 싸서 끄겠나 그 불을 침을 뱉어 끄겠나...



나는 가방에서 내 피같은 물통을 꺼내서 한통 시원하게 주우우우우욱 부어서 푸치이이이 푸치치치 치치치치치이이이이이익 불을 끄고 가던길 갔다


난 대전을 살린 슈퍼히어로다



그나저나

나 기억력 좋다














대전의 외곽이다

충남대학교


충남대 앞에서 내 베프인 동네형님 카톡이 와서 통화 한판 하고

자전거로 서울 고고 중이라고 보고하고

돌아가서 술한잔 하기로 약속하는 찰나

아이폰 한번 또 퉁 거치대에서 이탈

떨어뜨릴 뻔 했지만 탁 잡았다



나 기억력 좋다 2



나는 자전거를 다시 모는데.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있어서도 안되는

하지만 결국 만나고야 마는


빗방울 뚝 뚝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각하게 막 내리진 않는다

그냥 똑 똑 한두방울


빨리 가자

아직 대전도 못벗어났는데.







대전 월드컵 경기장


이때 다음날 한국에 프란체스코 교황님이 방문하기로 하셨기에, 곳곳에 환영 현수막이 있었다.

내가 여지껏 한국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대구에선 아주 조용하고 잠잠해서 나는 교황님이 한국에 오시는지 안오시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는데, 딱 영동부터 - 충청도를 들어선 뒤로 교황님 방한환영 플랭카드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걸려있길래 - 대전과 세종이 그 환영의 절정이자 정점 - 헐 충청도는 천주교 신자가 많은가보다.... 이랬는데, 보니까 방한하시고 대전 월드컵 경기장도 방문하시고, 서울을 제외한 주된 동선이 충청도더라.... 어쩐지.


아무튼 대전 월드컵 경기장.


대전 자체는 몇번 온적도 없고 잠깐잠깐 온게 다지만. 월드컵 경기장은 잘 기억난다.

사실 내 나이가 이 블로그에서 들통날텐데 (물론 한두살 아니다 나이많은 삼십대란건 수없이 얘기했다) 내가 군생활 할 때가 2002년 월드컵이었고, 난 의경이었다.

이때 내 기억이 맞다면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여기서 열렸을거다.

그때 우리도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승부차기로 4강 올라가서, 아 큰일났다 뺑이치겠네.... (왜냐! 4강전 '한국-터키전' 이 대구경기였다. 난 대구의경. 타 도시 지원나오는거랑 자기네 도시 주축으로 경비 하는거랑 난이도의 차원이 다르며, 이미 어처구니없이 8강까지 뚫으며 바퀴벌레보다 더 빠르게 증식한 붉은악마들과 시한부 훌리건들로 인한 월드컵 개고생으로 체력 소진) 라고 걱정하면서도 '오우!!!! 한국 4강!!!!!!!!!!!!' 하며 발광떨던 기억이 난다.

12년 2개월만의 방문이다....


반가웠다


그때의 난 젊었고

지금의 난 젊고싶다......... 흑





그리고

날 앞질러 저멀리 사이클(로드바이크) 자전거가 후루루루루 지나간다

아 부럽다....





(3일차 1부 끝)


,

주말동안 여동생같은 내 후배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어서 서울에 다녀왔다

그리고 당연히 먹방을 좀 찍다왔다

후배네 결혼식이 뷔페가 아니고 스테이크 써는 예식장이라 다행이다 했는데

옆사람 고기까지 다 긁어먹었다


그리고 대구 돌아와서 헛헛해서 라면 끓여먹고 술퍼먹고 이래저래 먹었더니

어젯밤 몸무게가 82까지 되돌아갔으나

이건 염분의 지옥섭취에 폭풍먹방이다... 생각하여

오늘 아침에 두시간, 밤에 한시간 땀 뻘뻘나듯 운동하고

물 많이먹고 하니 다시 79.5


흔히 감량중의 1킬로 2킬로 왔다갔다 하는거를 보통 막말로다가 똥무게라고 하는데

똥은 1킬로씩 안한다

몸에 수분의 무게다

그렇다고 근육이 1킬로씩 사라지거나 지방이 1킬로씩 사라지는건 말도 안된다

그건 어디 팔다리가 잘려나가야 가능한거다


라면....

염분..

적이다....


아무튼 현재 스코어 79.5

허리사이즈는 34에서 현재 32


육안으로는 표시가 꽤 난다

1개월 전 본 사람들은 빠졌다고들 한다

어차피 빠질땐 얼굴부터 빠지니까


아무튼 망쳤다 주말

다시 이번주 달린다


이번주말 목표무게 77킬로대


지금부터 2킬로 정도 남았다 하지

첨보다 5킬로

올해초보다 11킬로 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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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은 대충

혼자 사니까 밥해먹기도 귀찮고

그러니까 지금껏 맨날 라면이나 퍼먹고

밤이면 술이고


그래서 요샌 라면은 건너뛰고

어차피 반찬 한두개 놔두고 영양불균형 일으키던 밥상도 집어치우고

그냥 아침엔 아몬드, 바나나, 토마토, 콜라비, 삶은계란 정도 먹는다

(비타민제, 오메가쓰리, 간장약 등등 영양제도 몇개 먹음. 까먹고 안먹을때가 절반은 되지만)

점심도 대충 그렇게 먹거나 잘 안먹고

밤에는 술안주 사와서 집에서 술먹거나 밖에서 외식하고

뭐 딱히 음식은 전혀 스트레스 안받고 먹을만큼 먹는다


콜라비


이거 되게 희한하다

양배추랑 순무랑 교배했다고 하던데

양배추처럼 생겼는데 무다

신기하다

비싸지도 않고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좋다

무 맛이긴 한데 무처럼 막 맵진 않고 살짝 달다

걍 으득으득 씹어먹기 좋음


사실 집밥이 땡길때도 있어서 자취방에서 5분거리인 본가에도 두어번 갔는데

갈때마다 밥이 없었음

없음 말고
막 먹고싶어 미치고 이런거 없음

사실 첫도전 채식보다야 백오십만배는 쉽다


운동은 뭐 한두시간씩 걷는게 전부

그게어딘가




아무튼 오늘 퇴근하고 재어보니 79.3kg


대충 일주일간 3킬로 정도 빠졌다.

운동과 식이요법의 효과도 있긴 하지만. 사실 한 일주일째 맘고생 중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저울을 인증하고싶은데, 헐벗고 올라서다보니 저울판에 헐벗은 내 육신이 반사되어 비친다

거짓말은 안한다

어차피 이거 거짓말해서 뭐해

내 블로그인데. 구라칠꺼면 안하고 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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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5일차
70킬로대에 진입했다.
79.8 킬로




그간 한 것은 별게 없다

아침에 바나나 계란으로 대충 먹고

술은 따로 안줄였다 어차피 맨날 마시는 술

좀 더 움직이면 되지 뭐


그리고 출근때 지하철 한 3정거장씩 걸어가고 걸어오고

맨날 한건 아닌데 시간 날때마다


딱히 한거 없다만

바빠서 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

부산 가서도 하루종일 걸어다니고




이런 활동을 편히 좋게 하기 위해서

넥밴드를 샀다


크립스 넥밴드

올해 자주 보이는 개목걸이 

다들 봤을거다



블루투스 핸즈프리다

LG 에서도 나오는데, 이 넥밴드는 크립스 것이 더 낫다

왜냐

스피커가 되니까


암튼 난 파워블로거지가 아니니까 물건자랑은 이쯤 하고




70킬로대 도달했다

내가 갖고 있는 체중계가 되게 짠 저울이다

다른데보다 좀 더 나온다

짜증나게


이 저울로 70킬로대 진입한 적은 처음이다

앞으로 다신 80대로 안넘어간다

이 저울에 앞자리 8이 찍힐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주말동안 부산에서 옷 두벌 샀다

둘 다 들어가긴 들어가는데 굉장히 타이트하다 입고있으면 짜증이 솟을 정도로

살 못빼면 버려야된다

그래서 일부러 샀다


계속 가 보자






ps


요새 별로 안좋은 일도 있고 컨디션도 개꽝이라 블로그 예쁘게 쓰질 못한다

그냥그냥 쓰긴 쓰는데 앞으로 서서히 정성을 기울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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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을 지나고부터 지독한 피로감과 컨디션 난조가 몰아닥쳤다

갈길은 멀고 땡볕아래 몇시간째 자전거를 달려대는데다가 우겨넣은 짜장면은 뱃속에서 트위스트를 추고


...............


노근리까지 가면 영동은 금방이다


빨리 가자







황간을 지나고 반짝 오르막이 좀 있었으나 그걸 지나고부터는 평탄한 내리막과 평지가 반복된다

추풍령 오르막 개고생의 연금을 이제야 좀 타먹는 기분이다


허나 속도를 마구 낼 순 없다

다친다... 아니 잘못하면 죽는다.

머리 터진다.

조심해야된다


작년에 자전거로 음주운전(!) 하다가 팔 부러뜨린 적이 있어서.

자전거로 집에 귀가하다 술약속이 생겨서 술을 먹고 집 앞 몇백미터 타고 올라가다 팔을 작살낸 적이 있다.

어떻게 자빠진지도 모른다. 다음날 되니 손이 발만큼 두꺼워져 있었고, 병원을 가니 팔꿈치가 골절되었다고 했다.


조심해야된다.













자전거 국토 종단 선배(?) 들의 블로그를 통해 사진으로 수없이 보던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노근리다.













6.25 때 미군이 노근리 피난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미군은 노근리 피난민 중에 간첩이 섞여있다 판단하여 그랬다고 읽었는데.

아무튼 오판으로 인해 억울한 민간인들이 수백명 사망했다.


사진에 보이는 저 두 터널. 쌍굴이라고 했는데 저 터널에다 기관총을 난사했다 한다.

콘크리트 벽면의 페인트 표시가 총알 탄착지다.


자세한 사건의 경위는 각자 검색하시길.


나의 여행기에 집중하자.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가게 컴퓨터는 무척 느리기 때문에 내가 친절히 링크를 첨부할 정신이 없다.



애교리가 좀 유쾌한 의미로의 포토스팟이라면, 노근리 이곳은 좀 안타까운 현장이다.

아무튼 이 곳은 모든 자전거 여행꾼들의 블로그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다 나오는 곳이고.

그들 모두는 영동을 벗어나자마자 노근리를 맞닥뜨렸다고 일관되게 기록하고 있었다.

하행인 그들과 달리 난 상행여정 중이므로 이제 노근리를 지나면 곧 영동 군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노근리 현장 앞 벤치 그늘에 앉아서 담배한대 태우고

사건현장 방명록도 작성하고 물도 좀 마시고

페이스북에 노근리까지 도착했단 글도 쓰고.

뭐 그러며 시간을 좀 보냈다.


컨디션이 그닥 좋지는 않다.










노근리까지 와서야 대구로부터 100킬로 밖으로 벗어났다

하루동안 고작 이것밖에 못왔나


그래도 대구를 100킬로나 벗어난 게 어딘가


하지만 우리집은 대구 최고 외곽이므로

난 아직 자전거로 100킬로를 이동하지 못했다 판단된다






또 헐

이런 과묵한 자전거 여행 블로거들 같으니

아직 영동은 10킬로가 넘게 남았다

10킬로면 내 스트라이다로 한시간이다


그들은 영동 벗어나고 사진찍기 귀찮고 빡쎄서 영동군내와 노근리를 그냥 대충 뭉뚱그린거다

노근리에서도 영동은 아직 한참이다

그래도 내 출퇴근 거리라 생각하면 맘이 편하다

그정도 쯤이야








이제 진짜 레알이다

이전 글에서 말했지만 영동은 포도로 유명한 도시다

'와인코리아' 라는 기업이 영동군내 바로 인접지에 위치해 있다

인터넷 지도로 확인했었다


와인코리아를 지났으니 이제 진짜 영동 인접이다






영동 군내로 들어가는 곳에 위치한 멋드러진 바위

별다른 의미가 있는건 아니다

그냥 바위가 크고 아름다워서 찍어봤다






영동 군내에 도착했다

영동역이다


기차타면 영동 지나면 금방 김천이던데

나는 다섯시간이 넘게 걸렸다


추풍령이란 괴물 때문이다









영동역 앞에서 바라본 전경

걍 시골이다


출발 전 거리뷰로 익히 확인했던 터였다








시골이라 올드스쿨 간지가 풀풀풀풀 넘쳐난다











편의점에서 핫식스를 샀다

원플러스 원이라 두개를 샀다


한샷 쭉 때리고 그늘에 앉아 담배한대 피니 HP 게이지가 서서히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아직 갈길이 멀다

오늘 갈 길의 반도 못갔다





편의점 옆 길거리에서 할머니 두 분이 왁자하게 대화를 나누신다

여지없는 백퍼 충청도 말투다


아 충청도구나.....


실감이 났다.









버스 노선표를 봤다

나중에 버스로 전국일주 하는것도 한번 도전하고 싶어서 돌아다니며 대중교통들을 굉장히 유심히 봤다




근데 뭔가....

이건 뭔가.....





고자..................


헐...


고자.....




내륙 오브 내륙

전국 팔도 중 유일하게 바다한점 없는 충청북도에서 어촌이란 동네이름도 웃긴데 ㅋㅋㅋㅋ






난 이런 어정쩡한 옛날 건물 보면 사진을 찍고싶더라

디젤펑크? 폐허덕후?


영동 군내를 벗어났다.

이제 쭉 가면 옥천이다. 가자!!









국토의 70프로가 산인 대한민국.

어디가도 양 어깨는 산이다.


근데 영동을 벗어나서부터는 산이 아주 멀리에 있다.

금강변을 따라 넓은 지대가 펼쳐져 있다.

뭐 평야 정도까진 아니고, 경상도나 추풍령까지처럼 산을 길 양 옆으로 끼고 가는 정도는 아니다.


크고 아름다운 절벽을 찍었다.

절벽이나 바위 보면 사진을 꼭 찍는다.

절벽덕후다.

이상형은 글래머다.















출발하기 전에 2일차 코스 지도에 표시를 한 곳 중 하나다.

이 곳은.

내가 대구를 떠나서 금강과 처음 조우하는 곳이다.


금강은 서해로 흐른다.

내가 사는 대구의 강은 모두 남해로 흐른다.

낙동강 또는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류들이니까.


하지만 금강은 서해로 흐른다.

내 옆을 유유히 흐르는 저 물들은 서해로 가는거다.


난 여기서 금강 본류와 처음 만났지만, 추풍령에서부터 4번국도 옆을 쫄쫄 흐르는 도랑은 모두 금강과 합쳐진다.

그래 추풍령에서부터는 국도 옆에 계속 쪼끄만 도랑과 하천이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다.

물이 흐르기 쉬운 자리라면 길도 만들기 쉬우니까.


금강의 발원지는 전라북도다. 뭐 한군데서 발원하는건 아니지만. 발원지는 보통 하구에서 가장 먼곳인가...?

아무튼 추풍령의 도랑도 금강으로 간다.









금강의 위용

여긴 상류다


우리가 경부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마주치는 휴게소 중 가장 유명한 휴게소인 금강휴게소

거기도 상류다

여긴 더 상류다

이곳을 지난 물은 굽이굽이 흘러흘러 (진짜 금강의 상류는 어마어마하게 굽이굽이 굽어있다) 옥천을 지나 대청호로 갔다가 대전을 지나 공주를 지나 금강하구둑을 군산만이 있는 서해로 빠져나간다. 그리고는 흘러흘러 인도양 태평양 중국 어디든 가겠지. 


일단 너희들이 어딜 가든간에 당분간은 나와 대전까진 함께가는거다. 자 가자.






금강을 건너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더위를 식힌다.

부쩍 덥다.

찬물을 머리에 붓고 수건에도 붓고 목에 두른다


기진맥진하다

힘이없다


담배도 두어대 피고 물도 좀 마시고

애들하고 카톡도 좀 주고받고

그러면서 시간을 좀 보낸다


난 왜 사서 여기서 이 고생을 하는건가

다시금 내가 왜 이런짓을 한것인가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것

계속 해야된다





오늘의 목적지인 대전은 38킬로 남았다

옥천은 20킬로 남았다






벌써 20킬로를 와서 옥천에 도달했다..........

는 말도 안되는 소리고.

보통 그 도시까지의 거리는 해당 도시의 시청 군청 등의 중앙기관이 존재하는 곳까지의 거리라 알고있다.

그러니 우리집은 대구광역시에 존재하지만 대구로부터 10킬로가 넘게 떨어져있다.


아무튼 옥천에 들어섰지만

옥천까지는 20킬로 가까이 남았다.


여긴 옥천이지만 내 옥천까진 두시간을 더 가야하는 이곳은 옥천

쉽게말하면 아직 옥천과는 정식으로 만나진 못했고 그냥 썸 타는 정도 ㅋㅋㅋ





금강 옆길도 완만완만한 평지와 아주아주 약한 내리막

그냥그냥 가기 편한 길이었다


가다가 독수리로 추정되는데 아무튼 갈색깃털의 아주 큰 새가 길에 납작하게 터져있는걸 봤던 기억이 난다

거기가 여기 맞던가 아마 맞을거다

아... 여행을 마친지 한달 반이 다 되어가고 내 기억은 조금씩 서로서로 자리를 바꾸어가고







이 의미없는 풍경을 찍은 이유는 단 하나

저 산 너머에 금강휴게소가 있다

금강휴게소를 끼고 멋드러지게 드리워진 금강과 그 바로 뒤의 산

그 산의 등짝이 바로 저거다











2일차 여행지도에 금강과 함께 표시해둔 또다른 스팟


이원면


대구 - 서울 코스 중

가장 오지로 평가했던 구간이 영동 - 옥천 구간이었다.


대구에서 김천까지는 나름 잘 아는 길이고, 김천에서 영동까지는 추풍령과 황간이란 나름 큰 마을이 도보로 두시간 안에 진격 또는 후퇴 가능한 간격으로 존재.

옥천부터는 대전 세종 천안이 다닥다닥 나타나고, 천안을 넘어서면 수도권이라 그냥 계속 도시구간이다.


허나 영동에서 옥천 사이의 수십킬로미터는 그냥 허허벌판 아무것도 없이 산과 들만 있었다.

다친다거나 자전거가 박살난다거나 하면 말그대로 절단나는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인 것이다.


그러나 그 영동과 옥천 사이에 유일하게 하나 위치한 마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옥천 이원면이었다.


나는 유사시에 대비해 지도에 이원면 마을입구를 표시해 두었고

거리뷰를 통해 들어가는 길과 대충의 동네 생김을 기억해 두었다.



다행히 몸 다친곳도 없고 자전거도 짱짱하다.

이곳을 그냥 훅 통과해서 바로 옥천으로 쏠까 하다가, 여행 전 이원면을 표시해두고 거리뷰로 둘러본 김에 직접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뭔가 부농의 스멜이 느껴진다............. ㄷㄷㄷㄷㄷ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깨는 나이기에 한컷 찰칵









시골마을 치고는 나름 번화했다

추풍령이나 황간보다 더 번화한 듯 했다


커피집도 하나 있었다

다방이 아니라 정통 커피집이었다

도대체 수요가 존재할까? 하는 직업적 궁금증이 일었다.


안을 힐끔 보니 아가씨 한명이 카운터에 있던데 들어가서 시원한 아이스아메 한잔 하려다가 갈길도 멀어 지나쳤다. 아직도 좀 후회됨. 그곳의 커피맛 정말 궁금했는데....





묘목의 고장..?



인터넷 검색찬스 써 보니

이원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묘목단지? 그렇댄다.

어쩐지 부자농촌 스멜이 나더라.


외제차 보고 느낀점도 있지만 으리으리하게 생긴 교회가 세개인가 있었거든.




이원면 들어오는 바람에 몇킬로를 더 둘러가게 생겼다.

그것도 산길로.


구불구불 산길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어차피 길은 달라도 옥천 직전에 엄청난 오르막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가나 둘러가나 오르막을 피하지는 못함.


이원면을 지나고 오르막도 지나면 옥천 군내까지는 또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나는 이 완만한 길에서 극심한 두통과 구역질, 그리고 엉덩이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엉덩이 통증이야 장거리 라이딩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거고 또 타면 탈수록 익숙해지는거지만.

나는 자전거여행 시작하기 전에는 몇달간 자전거를 방치해두고 크루져보드와 롱보드에 미쳐있었기에 궁뎅이 통증에 면역항체가 형성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작년에 생긴 면역항체는 다 사라졌고... (설마 진짜 항체가 존재한다 생각하면....)


100킬로 가까운 초장거리 라이딩에 엉덩이는 부서질 것 같고

무더위 아래에서 계속 자전거를 탔더니 두통이 올라오고 자꾸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저히 더 갈 수가 없다. 토할 것 같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옥천까지 몇킬로 안남았는데. 대전도 금방이고.....


나는 앉아서 쉬면서 여행 서포터 K에게 전화해서 더이상 못가겠다고 포기하고싶다고 징징댔다

하지만 가기싫다고 안갈수 있는가 길바닥에서 잘것도 아니고

아픈 머리 거북한 속을 부여잡고 자전거를 달렸다


옥천이 나타났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옥천에 도달했다


대전까지는 약 18킬로 남았다

대전 시청까지 18킬로니까 대전까진 대충 10킬로면 되겠지.


하지만 난 그 한시간의 여행을 갈 힘도 체력도 뭣도 없었다.

여기서 더 진격할 수 없다.


옥천에서의 숙박을 결정했다.







옥천역과 내 적토라이다









옥천역 앞의 관광안내도








옥천에서 하루 머물기로 한 내가 왜 대전에 와 있는가.....





옥천에서 숙박을 결정하였으나 옥천은 너무 작은 도시였다.

도저히 정보도 뭣도 없고, 검색하기에는 갖고있는 모바일 기기들의 배터리도 간당간당하다.

그래서 피씨방에 들어갔다.


스트라이다의 가장 좋은 점은 극강의 휴대성이다.

살포시 접으면 어디든 들고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군데 들어가지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옥천의 피씨방


피씨방 앞에서 자전거를 고이 접어서 끌고 문을 열려는데, 문밖까지 뛰어나온 피씨방 사장놈


"이걸 어딜 갖고들어와유 안되유 딴데가유"

"이거 별로 크지도 않고 나 자물쇠도 없는데 잠깐만 들어가면 안될까요?"

"안되유 안되유 딴데가유"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개를 끌고들어갔나 차를 몰고들어갔나 장사도 쥐뿔도 안되는 겜방에 캐리어가방만한 자전거 접어서 구석에 좀 놓겠다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


순간 빡쳐서 전투력이 급상승하였으나 지 가게 지가 싫다는데 내가 강제로 밀고들어갈수도 없고 어쩌랴

빡친 덕분에 독이 올라 기운이 바짝 솟았다


에잇 퉤퉤


옥천에 있고싶은 맘이 싹 사라졌다

한 인간이 옥천에 대한 내 인상을 최악으로 만들어버렸다

뭐 하루종일 자전거여행 때문에 짜증도 좀 나 있던터라 더

대전 가자


옥천역에서 폰 충전 좀 하고, 대전에 있는 군대 후임에게 오늘 대전갈테니 한잔 크게 달리자 연락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대전을 향했다.





옥천에서 대전까지의 길은 좀 위험했다

차들이 엄청 쌩쌩 달렸다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었던 그간의 여정과 달리, 광역시로 들어가는 국도의 교통량은 꽤 많았다.

씽씽 달리는 차들 옆에서 조마조마 아슬아슬 나는 대전에 도달했다.




옥천과 대전의 경계는 오르막이었다.

그리고 오르막이 끝나자 무지막지한 내리막이었다.


대구에서 내 가게를 대신 봐주던 서포터 K도 그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대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전에서 내려서 한잔 같이 달리자고 연락했다.








대전에 진입했지만 한참동안 그냥 내리막과 한적한 길만 나타났다

길은 진짜 엄청 좋았다

왕복 12차선은 되겠던데 길도 새거고 차도 없고

씽씽 내려왔다








판암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란 영화가 있다

거기서 디카프리오가 사기쳐서 파일럿 행세 한 항공사 이름이 팬암이다







쌍청예식장


모탈컴뱃이란 비디오게임이 있다

거기서 끝판대장 이름이 샹청이다






약속장소인 대전역이 머지않았다






여기서 나는 우회전을 하며 그동안 동고동락한 4번국도와 이별한다.

우회전 뒤 직진하면 대전역이 나온다.






바로 이렇게.









나보다 더 고생한 내 스트라이다.
















대전역 옆의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다

아침에 짜장면 먹은 뒤 첫 식사다

몸에 저장해둔 에너지가 많으니 끄떡없다 에라이


폰도 좀 충전하고, 올 일행들도 기다리고.







군대 후임이랑 서포터 K 만나서 일단 내 숙소부터 잡고.

숙소에 자전거 세워두고 씻고 옷갈아입고 술마시러 나왔다.


비로소 찾아오는 온몸의 격통.


발이 미친듯이 아프다.

별로 걷지않아 몰랐다. 딴데보다 발이 너무나 아프다. 부서질 것 같다.


환자처럼 비틀비틀대며 대전시내에서 술을 퍼먹었다.

폰을 두고 나온 관계로 사진은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1차는 그냥 일본식 술집? 안주로 연어 먹었다. 그저 그랬다.

2차는 횟집 갔다. 새우회 팔길래 새우회 시켰다. 새우회 엄청 맛있다.


그 횟집에서 옥천 피씨방에 이은 두번째 문화충격.






"사장님 새우회 새우 다 잡아서 까 주시죠?"


횟집에서 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당연히 알아서 해주겠지. 근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


"그 많은걸 어찌 다 깐대유. 흔들어드릴테니 까서 드세유."

(너무 대놓고 충청도 말투로 적었는데, 비아냥이나 비하가 아니라 외부 사람들은 다 그냥 이렇게 들림을 이해해 주시길)




흔들어주다니?


락앤락 통에 새우를 가득 넣고 막 흔들면서 들고오고 있다.

새우를 기절시키는거다.

그리고 내 앞엔 락앤락 통과 가위 하나.


열심히 새우 목을 따서 껍질 벗겨 먹었다.

사실 맛있게 잘 먹어서 별 불만은 없었다.


눈앞에서 살육이 벌어지는 것에 치를 떨던 서포터 K만 제외하면.


새우회는 살 맛이 달다.

진짜 약간 달달함.


절반은 회로 먹고 절반은 소금구이로 먹었다.




경찰관을 하는 군대후임은 술이 들어가자 또 여자친구 사귀고싶다 외롭다 타령을 시작했다.

경찰관이라 주변에 여자가 별로 없다. 신분상 어디가서 경거망동도 못하고.

집에 갈때 됐다. 계속 여자얘기만 하는거 보니 술됐다.





(2일차 지옥의 100킬로 여정 끝)




나중에 또 수정하겠음.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


- 듀스 '우리는'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아침

혼란스럽다

온몸이 아프다


그렇지

나는 자전거를 타고 김천으로 왔다

그리고 술을 3차에 걸쳐 퍼먹고 아는 동생네 가게 와서 잤다



아...











숙취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쪼끔 있긴 있다 특히나 어제처럼 무지막지하게 운동을 한 뒤 또 무지막지하게 술을 들이부은 날은 당연히도.







오늘 내가 가야 할 예상 거리는 김천에서 영동, 옥천을 거쳐 대전까지 약 100킬로미터

한시간에 10킬로씩 간다 치면 10시간.


김천에서 영동 사이에는 구름도? 바람도? 아무튼 뭣도 쉬고 간다는 추풍령 고개가 있다.

구름도 바람도 쉬고 간다는데 나? 당연히 쉬고 가겠지.

어마어마한 오르막이 존재할거란 막연한 생각이 든다.


지도로 봐서 길은 알겠지만 오르막 내리막까지 지도로 하나하나 다 알아내기는 쉽지가 않다

아무튼 난. 오늘 추풍령을 넘어서 경상북도를 벗어나 충청도로 들어가는거다.








7시 40분이 좀 넘어서 일찌감치 출발했다 갈 길이 멀다







숙소에서 나서고 5분여만에 김천역 돌파

김천역에 개인적인 추억도 좀 있지만 추억팔이 하며 머무를 시간이 없다

사실 어제 김천에서 술퍼먹으며 추억세척 싹 끝냈음





김천역을 지나니 김천시장? 뭔 시장이 하나 나왔다.
전날 술도 꾸역꾸역 퍼넣은데다 아침 공복. 김천을 벗어나면 바로 시골길 예상.
그리고 김천 벗어나자마자 추풍령 고개를 타야하고.
에너지 보충을 해야한다. 


시원하게 돼지국밥 한그릇 말아먹고 출발하자

하고 시장을 둘러보았다
예전에 김천에서 돼지국밥을 굉장히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났기에
김천의 시장 뒤지다보면 돼지국밥 한두군데쯤 있겠지
하는데. 진짜 시장 어딘가에서 돼지국밥 국물의 꼬리꼬리한 냄새가 난다.
맡으면 좀 역할수도 있는데 나같은 마니아에겐 식욕에 불을 훅 당기는 그 냄새.
나는 개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간다.

냄새가 가장 짙은 곳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
아무것도 없다.

여기가 아닌가?
다른곳으로 이동하니 냄새가 옅어진다.
어?
이상하다.
다시 제자리로 이동하니 냄새가 가장 짙어졌다.
어?
아무것도 없다.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려다가.
나 왠지 이런 이상한 자존심 있다.
묻기 싫더라. 지는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찾아봐야지. 하다가 결국.








..............................






공복으로 난 추풍령을 향해 달려간다.....











식당가가 잔뜩 있는 김천 서부의 부곡동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시골이 나타난다

좌우로 논밭이 있고.

김천 시내는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김천을 벗어나면 시골이 된다.



사실.

시골 진입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다.


대구를 벗어나서 왜관까지, 또 왜관을 벗어나서 김천까지.

이 50킬로의 여정이 도시권이라고 하긴 좀 힘들어도, 논밭이 있고 막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이런 구역은 없었다.

산 사이로 난 국도를 따라가다 드문드문 마을이 나타나는거였지 평야을 지나고 이러진 않았으니까.


근데 김천을 벗어나자 처음으로 이윽고 탁트인 들판이 나타난다.

또한 여기서부턴 레알레알 초행길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김천까지는 4번국도를 이용해서 자동차로 자주 왔다갔다 하던 곳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생전 처음 가 보는 길이다.






영남제일문


4번국도는 길 따라서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왜관에서 김천까지는 '칠곡대로'

김천에서 추풍령까지는 '영남대로'

추풍령에서 옥천까지는 '난계로' 

옥천에서 대전까지는 '옥천로'


지금 난 영남대로를 지나고 있으며, 영남대로의 한 복판에서 영남제일문을 만났다.

정말 이 곳을 지나면 이제 영남은 거의 끝난다.

이 문을 통과하여 조금만 더 가면 충청도가 나타나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기가 김천의 끝은 아니지만, 여기서 충북 영동군까지는 그냥 허허벌판 시골과 오르막고개가 전부다.







영남제일문의 앞에 써 있는 비문이다.

그래.

나에게 축복을.





윤은혜와 오만석이 나온 '포도밭 그 사나이' 라는 드라마가 충북 영동에서 촬영되었었다.

김천의 서북부, 그러니 영동과 접경한 쪽에서부터 서서히 국토는 포도에 뒤덮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포도포도포도포도포도 타령은 영동 다음 도시인 옥천을 벗어나서야 끝난다.

그러니 김천 말 - 영동 - 옥천 초 여기까지가 포도의 나와바리.













쭉 서쪽으로 뻗어있던 길이 오른쪽으로 굽으며 북행으로 변한다

미리 인터넷 지도로 확인했을 때는 여기서부터 슬금슬금 오르막이 나타나며 추풍령에 진입한다

그리고 곧 충청도에 들어간다




4번국도 위를 지나는 KTX 레일

나는 서울까지 아직 2박 3일이 남았지만, 이 길을 지나는 KTX 는 1시간 뒤면 서울에 도착한다.










KTX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표지판

절망스러울 따름이다


저 멀리서 스물스물 오르막이 보인다.

로드뷰로 확인했을 때도 여기서부터 오르막이 대충 시작된다.







두둥

드디어 본격적으로 독이빨을 드러낸 추풍령 고개

자전거로 더 진행할 수 없었다

끌고 걷기 시작한다.


산고갯길을 따라 좌우 펜스에 중앙분리대까지 탁 박아둔 오지

대구를 나서서 처음으로 주변에 민가 하나 안보이는 쌩 오지로 들어간다

























얼마를 걸었을까

인터넷 지도로 확인해보니 이제 추풍령은 얼마 안남았다

오르막은 끝도 없다


근데 너무 지친다

차들은 쌩쌩 달리고

누군가가 나를 치어죽이고는 그냥 길 밖 풀숲에 유기해도 난 발견안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걱정증이 좀 있다 ㅋㅋㅋㅋㅋ


나는 길 바깥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자전거를 질질 끌고가며 속도도 안나고 지겹고

인터넷을 뒤지는데 비보가 전해졌다


로빈윌리엄스 사망. 자살로 추정됨.



불세출의 코미디언이었다.


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친구들은 '미세스 다웃파이어' 라는 코미디 영화를 알거다.

대충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혼하고 양육권까지 모두 넘겨준 아빠 (로빈 윌리엄스) 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할머니로 변장을 하고 전부인네 가족들의 가정부로 들어간다.

그 와중 생기는 각종 에피소드들이 영화의 내용이다.

물론 헐리웃 가족영화답게 전부인은 재혼하려 하고, 아빠와 아이들은 은근 방해를 한다.

페어런트 트랩과 비슷.




이 영화 이외에도

어른이 된 피터팬으로 등장하는 '후크'


무려 20세기 느와르의 시초이자 정점이자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가 만든 조로증을 소재로 한 영화인 '잭' 등을 추천한다. (대부와 전혀 다른 영화다. 놀라울 정도로. 민요와 테크노 정도의 차이)


Rest in peace.















드디어 경상북도를 벗어나고 충청도에 도달했다.





김천에서 출발한 지 2시간만에 충청도에 온거다.

어제 오후 1시 정도에 출발했으니 하루가 안되어 경상도를 벗어났다.












궁금증이 일었다.

추풍령이 있는 영동은 충청도.

내 등 뒤에 펼쳐진 김천은 경상도.


익히 우리는 경상도 말투와 충청도 말투가 다름을 잘 알고 있다.



영동과 김천 경계에는 마을이 각각 하나씩 있다.

두 마을의 거리는 불과 몇백미터.

그냥 한동네나 다름없다.


영동은 추풍령 마을.

김천은 광천 마을.



그렇다면 두 마을 사람들의 말투는 경상도 말투와 충청도 말투로 상이할까?




궁금했다.

내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물어볼 순 없어서 인터넷 찬스를 썼다.


추풍령 사람들 말투에 경상도색이 많이 묻어있댄다.



원래 충청북도 쪽이 충청남도 쪽보다는 사투리가 덜하다고 알고있다. 

충주를 위시한 경기도 접경 사람들 말투는 그냥 경기도 말투였다.

나중에 보니 추풍령 사람들은 경상도 말투를 쓸 수 밖에 없겠다 싶었던 게

추풍령이 영동의 인구밀집지역인 읍내와 어마무지하게 멀더라. 차라리 김천쪽이라고 보는게 낫겠드만.












추풍령 표지석?

사진 좀 찍었다.


덩치가 좋은 어떤 아저씨도 오토바이로 전국여행 중인가 이 앞에서 오토바이 세워놓고 사진 찍더라.

그 아저씨도 어딘가에 여행의 썰을 풀어놓겠지.


사진 한방 부탁하길래 찍어주었다.


여행중이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냥 대화 길어질까봐 치웠다.

낯선 사람하고 말 길게 하는것도 그닥 좋아하지도 않고.

타인에게 호기심을 지닌 오지라퍼로 보이고싶지도 않았고 ㅋㅋㅋㅋㅋㅋㅋ

성격 삐딱한게 여과없이 드러나는 여행 ㅋㅋㅋ






배도 고프고 해서 4번국도를 이탈하여 추풍령 마을로 들어갔다

밥이나 먹고 가던길 마저 가야지





그냥 그런 시골마을







김천에서 추풍령으로 들어오는 버스






추풍령에서 영동가는 버스







경상북도 소재 시내버스와 충청북도 소재 시내버스가 한 터미널을 사용하고 있다.


대구에서 250번 버스를 타면 경상북도 칠곡군까지 간다.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또 몇번몇번을 타면 구미까지 간다.

구미에서 또 김천 오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김천에서 또 뭐를 타면 추풍령까지 온다.

추풍령에서 버스를 타면 영동까지 간다.


시내버스로만 전국을 종단할 수 있다. 그런 컨셉의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뭐. 난 자전거로 한다. (사실 버스여행이 시간 더 걸린다. 환승시간 텀이 극악이라)







추풍령 터미날










농협 창고 벽에서 비보잉을 하는 상모를 보았다












추풍령 역이다.

구름도 쉬고가고 바람도 자고가는 추풍령 역은 경부선에 위치한 역 중 가장 해발고도가 높다.

227미터.

한국에서 제일 높은 건 아니고 경부선에서 제일 높다.

한국 최고 높이의 역은 태백선의 추전역.


무려 855미터이다.











대구를 보니 반갑다

왜 대구패션일까











짜장면집에 가서 짜장면 하나 시켰다.

어디서 읽었는데 마라토너들은 마라톤 전날 짜장면을 먹는다던가.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운동원이 되는 글리코겐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일단 짜장면을 먹었다.


곱배기를 시켰는데. 양이 넘 많았다.

일부러 곱배기를 시켰는데 남길 순 없고.

들입다 들이붓는데 너무 배가 부르다.


중간에 몇번 쉬고 꾸역꾸역 먹고. 또 쉬고. 아 도저히 못먹겠다.

그래도 지금 먹으면 또 언제 뭘 먹을수 있을까.

아 그래도 못먹겠다 너무 많다.


남기고 나왔다.


웃긴게 다른 자전거 여행꾼들 블로그 읽으면 당 떨어질까봐 초코바를 수시로 먹고 비상식량을 목숨처럼 챙기던데

나는 아침에 한끼 먹으면 목적지 도착할 때까지 배가 고프지가 않더라.

그래서 아침에 한끼 먹고 도착해서 한끼 먹고. 늘 이렇게 여행했다.


몸에 돼지처럼 곳곳에 기름이 끼어있으니 그런거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 낙타다

인간 낙타



짜장면 먹고 길을 나선다

아직 갈길은 80킬로는 남았겠다

아 미치겠다


나선 시간은 오전 10시 40분 즈음.


후루루루룰

추풍령 오르막 적금 만기로 내리막 연금을 받아먹기 시작하는 중인데

반대편 차선에 자전거 여행꾼들이 보인다.

자전거 여행꾼을 마주친 적은 처음이다.

저들은 하행 중이네. 지금 오르막의 막바지를 오르고 있다.

추풍령에서 오르막 꼭대기를 찍고 김천까지 꿀내리막을 내려가겠지. 힘내쇼 얼마 안남았수다.


난 스르르르르르 내려가다 만다.


김천에서 추풍령 방면은 급오르막인데

추풍령에서부터 영동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다.


왜관에서 김천 때랑 마찬가지다.

오르막 적금 부을 땐 개고생인데 내리막 연금 받아먹을땐 찔끔찔끔이다

아 이거 일시불로 훅 좀 땡겨주지


물한모금 하려고 자전거를 세웠다.

근데 어?


자전거 후레시가 없다.

어디서 빠졌지?


짜장면 먹을 때 자전거를 반점 밖에 세워뒀는데

그때 누가 빼갔나?

언제부터 없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하는건 아니다.

오천원도 안줬지싶다.

근데 야간라이딩이 불가능해졌다.

오천원짜리 싸구려 후레시로 야간라이딩을 할 생각따위도 없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제 야간라이딩은, - '불가피하면 할수도 있겠다' 가 아니라 '절대 하면 안된다' - 가 되었다


자 가자

영동으로










김천과 영동 사이에는 자전거 여행꾼들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는 두 스팟이 있다.


그 중 하나인 애교리다.

자전거 타고 오가는 사람들 블로그엔 무조건 있다.


애교가 가장 많은 마을이란 뻔한 드립과 함께.









Feel so good.










허허허허










황간으로 들어왔다

무궁화호 타고 경부선 오가는 사람들은 몇번 들어봤을꺼다.


황간.



서울대전대구부산


요런 대도시들 말고

그냥 좀 애매하게 듣도보도 못한 도시인데 꼭 서는 역이 있다

오묘한 존재감


나의 경우에는 황간역이나 약목역이 좀 그런 느낌이다

황간역의 경우는 간이역이 아니라 보통역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영동 군내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렇다고 하네.



암튼 그래서 황간은 뭔가 친숙하다.



사진으로는 다 안담기는데 당연히.

스마트폰의 광각 카메라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데 있어서는 눈보다 열등하니까.


저 산이 아주 멋드러졌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산 이름이 주행봉?


뭐 그렇다네. 아주 멋졌다. 크고 아름다웠다.









낯도 좀 씻고 화장실도 사용하고

그리고 친숙한 황간역 한번 보고도 싶고

그래서 황간역에 갔다


뭔가 아주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왜일까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는 역이었다



방금 글쓰며 알아보니

황간역장님이 철도동호회 회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황간역을 꾸미고 가꾸는 데 아주 정성이 많으시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하고

주변 인구도 여객수요도 적은 역인데도 외부에서 음악회 같은 행사들도 자주 초청하시고

아주 직업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분 같다


본받아야지



그래서 40일 전에 느낀 그 역에서의 따뜻했던 기분이

아직도 느껴지는가보다.










김천과 영동 사이에 존재하는 두 포토스팟 중 하나인 노근리가 가까워온다

노근리가 가까워오는 것은 영동 군내와도 가까워진다는 것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다

둘로 나눠야지




노근리가 머지않았다.................................







(2일차 여행의 전반부)


,

블로그를 제대로 하려고 스킨을 새로 예쁜걸로 받으니 글꼴이 새롭게 세팅되어서 이전에 쓴 글들의 가독성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렇지만 스킨이 예뻐서 마음에 든다. 지난 글들은 다행히 몇개 없으니 새로 싹 수정해야지.


왼손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단지 업로드를 안하고 있을 뿐.. 이건 며칠에 한번씩 모아서 할거다. 매일 올리기 버겁다.


자전거로 서울가기의 포스팅은 끝없이 지연되고 있지만. 열심히 비공개로 쓰고있다.


새로 또 도전이 시작되었다. 아.......


블로그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호랑이도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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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0)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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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기왕 하는 것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자

사실 여태까지의 도전들이 거의 건강과 관련이 있는 도전이긴 했다만.

채식, 자전거로 서울가기.. 뭐 이런거.

그래도 별로 남는게 없었다. 일단 몸을 바꾸기엔 도전의 기간이 짧았으니.


그래서 이번도전은 제대로 몸에 팍팍 남는 도전을 한다.



10킬로 감량


난 체중변화가 심한 편이다.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둘 중 하나만 덜 하거나 더 하면 푹푹 변한다

그리고 개미는 아무리 움직여도 1그램도 못빼지만 고래는 궁딩이만 들썩 해도 1톤씩 빠지니까


올해초 대략 87~88킬로.

거의 90킬로 육박했다가 체육관 설렁설렁 다니고 롱보드 타며 좀 빼고. 집에서 독립해서 혼자살기 시작하며 식사량이 좀 줄고 또 자전거로 서울가기 하고서는 좀 빼고.

저울따라 달랐지만 아무튼 올해동안 거의 6~8킬로 정도를 줄였으니. 사실 올해는 나름 성과가 있었다.


그리하여 현체중 82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허나 키가 174센티이므로 과체중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운동량이 적은 편은 아니다. 움직이는 것 좋아한다.

하지만 술과 고기를 좋아하며 폭식을 일삼는 생활패턴이라 과체중 인생이다.


다행히 대놓고 폭풍돼지 체형은 아니고

과대근육 복부비만형 과체중이라 배에 힘주고있으면 손가락질받고 지탄받을 정도는 아니다

인바디 측정하니 근육량을 유지하는 선에서 75킬로~76킬로 정도로의 감량이 적당하다 결과가 나왔으나, 나는 최종적으로는 70 맞추는 것이 목표다. 왜냐. 예쁜옷이 입고싶다.

참고로 살이 찌기 전의 평체는 64~66 정도였다.

대통령이 두번 바뀌기 전 시절 이야기니까 무의미하지만.


대통령이 두번 바뀔 동안의 감량잔혹사를 풀어보자면.


당연히 평체의 슬림간지를 되찾기 위한 체중감량에 도전을 자주 했는데.

할때마다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자주 했었단 말에서 알 수 있듯. 늘 원래대로 리바운드....


다시말하지만 돼지에게 10킬로와 멸치에게 10킬로는 천지차이다. 돼지는 잘 빠진다.

나는 먹을걸 좋아하기 때문에 먹을걸 끊는 미련한 짓은 잘 안한다.

음식조절을 아주 약간만 하면서 운동량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감량을 하는데.

보통 한달에 10킬로씩은 훅훅 뺀다. 하지만 운동량을 줄이는 순간 요요.




1. 사랑의 아픔


유형 : 자동감량

사유 : 오랫동안 짝사랑하다 고백해 사귄 여친하고 연애 잘 하다가 결국 이별

과정 : 걍 식음전폐 마음고생, 돈벌어서 다시 잡겠다고 야간알바 돌입, 생활패턴 대붕괴.

결과 : 8킬로 정도 알아서 감량당함. 아픔의 강도가 옅어질수록 살은 다시 붙음.

평가 : 엉겁결에 된 다이어트. 하지만 두번은 하고싶지 않은 다이어트.



2. 닭들아 미안해


유형 : 수동감량

사유 : 옷가게에서 맘에 드는 바지가 있었는데 작았다. 취직 준비 중이었다. 빼자!

과정 : 닭가슴살, 오트밀을 중심으로 한 무염식단

         하루 4시간씩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술안마심

결과 : 3주만에 8킬로를 날림. 웨이트와 식단까지 병행해서 몸이 좋아짐.

         취직하고 자취+운동부족+스트레스로 1년만에 덤으로 5킬로 더 얹어서 리바운드

평가 : 가장 건강한 방식으로 한 다이어트. 하지만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은 소금 안친 삶은 닭가슴이란 것을 아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

         공부가 많이 되어 이때를 기준으로 이후 다이어트들에 큰 도움이 됨.



3. 걷다보니 어느덧


유형 : 수동감량 + 자동감량

사유 : 복싱 다니며 로드웍을 하다가 걷는재미에 빠져서 정신줄을 놓음.

과정 : 첨엔 복싱+러닝, 그러다가 워킹중독에 빠져서 하루 3시간씩 걸음.

         걷는게 너무 좋아서 그냥 걸었음.

결과 : 음식조절 전혀 안하고 먹고싶은거 다먹었음에도 오전내내 걷다보니

         두달간 10킬로 넘게 빠짐. 땡볕에 걷다보니 피부가 상하고 오래 걸으니 무릎이 작살남.

         음식조절 없이 극단적 유산소로 뺀거라

         일이 바빠지고 운동할 시간이 없어지자마자 파워요요 대폭발.

평가 : 감량결과가 목적이 아니라, 걷는 행위그 자체에 빠져서 나중엔 더 빼면 안되는데

         계속 걷고는싶고 살이 더 빠질까봐 안절부절하는 어처구니없는 주객전도 현상 발생.

         운동 자체에 재미를 들린다는 점에서는 가장 좋았음.

         하지만 너무 빠져들면 골병인 것을 깨달음.



4. 강제단식


유형 : 강제감량

사유 : 타지에서의 직장생활, 고시원살이, 너무 바빴음 밥도 먹을 시간도 없이.

         그러다보니 입맛이 달아남.

과정 : 1개월간 하루도 쉬지않고 개빡세게 일함. 수면시간은 일평균 4시간 정도.

         1개월간 식사 총 10회도 못함. 술은 자주먹었음. 거의 술과 안주로만 연명한 1개월.

결과 : 이 당시 주변에서 위암이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 급 빠짐.

         안재어봤지만 1개월간 15킬로쯤 빠졌을 듯.

         건강문제로 퇴사하고 집으로 복귀하여 집밥 먹으며 서서히 음식량을 늘렸는데

         이 때 재수없게도 '맛의달인' 이란 음식만화를 봐버리는 바람에

         적정시점을 지나치는 폭식모드 On.

         리바운드.......................

평가 : 일정기간 지나니 음식 섭취량이 줄어서 나중엔 먹고싶어도 못먹음.

         기본 섭취량을 줄이는데는 최고. 폭식 대식 과식자에게는 어느정도 강제적으로

         음식조절을 해서 먹는양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음.

         그런 의미에서 다이어트의 주된 수단 말고 섭식량 조절의 보조수단으로

         1~2주 빡쎄게 실행하여 위장을 줄이는 방법으론 해볼만하지만

         절대 절대 신봉해선 안되는 최악의 방법. 플리즈 돈 트라이 디스 앳 홈.

        



크게 훅 빠졌던 적을 꼽아보니 이정도가 되네.


아무튼

고기는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알고

살도 빼 본 적 있는 놈이 뺄 줄 안다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긴 안다


나는 일상생활을 포기해서까지 하루 몇시간씩 태릉인처럼 폭풍운동을 하여 크게 성과보고,

그 강도와 시간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여 리바운드 당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그간의 것들로 유추해낸 내 이번 도전의 감량 유형.



일단 나의 가장 큰 적은 음식(탄수화물) 섭취량과 음주량.

운동을 적게 하는게 아닌데도 살이 오르는건 내가 그냥 스모선수같은 삶을 살기 때문이다.

보통의 운동으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처먹어댄다.

군것질을 하는 타입은 아니고 매 끼니때 훅훅 되게 많이 먹는다.

그리고 찰지게 매일밤 소주 복용하고.

일단 식사량과 음주량을 좀 줄여야된다. 무식하게 굶는게 아니다. 남들만큼만 먹자는거다.


그리고 도전인 만큼. 기간을 정해두어야 하니 운동량을 일단은 훅 늘인다.

그리고 목표체중 근접할 즈음부터 평생 유지 가능한 운동량과 음식섭취량을 조절한다.


목표체중 달성하고 나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 체중계.

다시 찌는거를 막으려면 일단 매일 체크해야 한다.

그래서 체중계는 올해초에 구입해뒀다. 후후후후

체중계 구입한 뒤로는 체중증가는 잘 방어한다. (이거 감량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구비할 것)




정리


기괴한 감량 10킬로



기간 : 1차 지금부터 11월 7일(입동)까지 / 2차 11월 7일부터 2015년 7월

목표 : 1차 10kg 감량 (72킬로) / 2차 2015년 여름까지 유지

사유 : 겨울옷 리부팅. 사이즈를 슬림사이즈로 통일하고 기존 옷(바지)들 싹 버린다.

          그리고 감량을 통한 자신감 고취 및 감량활동을 통한 잡념제거

방법 : 심플하게 음식량 줄인다. 운동량 늘인다. 해볼 수 있는건 다 한다.

보상 : 82킬로에서 빠진 무게만큼 1킬로당 겨울옷 10만원치 구입

         10킬로 모두 감량시 100만원치 구입

실패 : 72킬로에서 초과한 무게만큼 1킬로당 5만원 자선단체에 기부.

         (얄짤없음 성공하면 한푼도 안낼거임)

         소숫점은 내린다. 내돈으로 하는거니까 토달지마시라 ㅋㅋㅋ


솔직히 실패도 킬로당 10만원 기부하려고 했는데.

없는 살림에 대참사가 벌어질까봐 5만원으로 한다. 부디 이해를.


원래는 70킬로 도전하여 내 생일인 10월 20일날 생일선물로 도전종료를 외치려고 했는데.

감량폭도 그렇고 기간도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조정하였다.

그래서 겨울이 시작하는 날인 입동에 겨울옷을 사는걸로 하여 1개월 20일간 10킬로 감량의 여정이 시작된다.

10일당 2킬로씩 날려야된다.



모든 돈으로 내 옷을 사는 개인주의 슬림간지가 될 것인가.

자선단체 기부하는 후덕하고 선한 돼지가 될 것인가.


물론 난 지금도 기부는 매달 정기적으로 한다. 이런건 생색내자는 주의다.





(도전브리핑 끝)


내일부터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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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첨엔 이상하더니 정성을 기울여 쓰니 잘써졌다

여태까지 예쁘게 쓰자고 맘먹고 쓴 적은 없었다만






왼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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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음악 하나 들으며 시작하자


전제덕 - 바람 (클릭하면 새창에서 유튜브 뜸)


여행 갈 때는 이 노래가 참 듣기 좋다

바람이 된 느낌이다



첫째날 여행기 시작한다






출발해야 하는 날 아침이다

막상 그날이 닥치니 겁이 났다


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일주일동안 가게를 비우는 것이 맞는 것일까..

동료도 없이 혼자 가능할까.

귀찮아 죽겠네 괜히 한다고 해서


별의 별 생각으로 선뜻 출발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은 밝았고 나는 이미 출근을 안했고 해는 중천으로 떠서 날은 점점 더워지고


결심했다




가지말자. 가봤자 무슨 고생이야.

그런거는 혈기왕성한 애들이나 하는거지. 내가 이 나이에 뭔 영화를 보겠다고.

치워라 안갈란다.


나는 드러누워서 리모컨을 손에 들고 티비 소리를 높였다.











..............





(여행기는 이렇게 끝)









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나는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를 올려두고 있었다


출발

이 때가 오후 12시 30분이 좀 넘은 시간이었을거다 아마


때는 8월 초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고 땡볕은 송곳처럼 피부를 찔러댈 때다

나는 가장 더운 대구에서 점점 덜 더운 위로 올라가긴 할테지만

남쪽의 햇볕을 뒷통수에 달고 북쪽으로 올라가겠지만

그래도 타고싶진 않았다 더 늙어 쭈글쭈글 쳐지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온몸을 아랍여성처럼 칭칭 휘감았다


생각보다 덥단 느낌은 안들었다

자꾸 흘러내리던 싸구려 선글라스는 이내 벗어던졌지만







카페인이 든 운동보조제를 두알 먹었는데

딴거땜에 먹은건 아니고 원래 운동다닐때 먹던건데

힘 좀 내려고 먹었다. 이거 먹으면 뭔가 좀 덜 지친다 해야하나.


근데 오랜만에 먹었더니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안그래도 먼길 앞두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약빨까지 더해지니 심장이 너무 쿵쾅거린다

셀카봉을 든 손이 흔들흔들 부들부들


사진봐라 벌써부터 땀나는거 봐라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려서 출발을 선언하고 페달을 밟았다

드디어 출발



대구 지리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내가 출발한 대구 달서구 신당동은 대구의 가장 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3~4킬로만 가면 대구를 벗어나서 경북 칠곡이나 경북 고령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위치다

그러므로 나는 집에서 나서자마자 대구를 벗어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서며 집 앞의 좀 낙차있는 턱을 자전거로 퉁 내려갔는데

자전거가 덜컥 하는 순간 거치대가 붙잡고 있던 아이패드가 분리가 되며 하늘로 솟구쳤다

나는 번개같은 솜씨로 하늘에 뜬 아이패드를 잡았다

내가 떨어지는 물건같은거 되게 잘 잡는다.

발군의 반사신경을 자랑함 ㅋㅋ (권투배워서 그런듯. 그래봤자 몇달이 전부)


아..

출발하자마자 본연의 역할을 잊고 실책을 범하는 아이패드 거치대

뭔가 불안했다


앞으로 인도턱은 좀 조심해야겠다





집에서 나서서 경북 칠곡을 향한다

동네 길이라 아직은 아무런 실감도 안난다

이렇게 한바퀴 휙 돌고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다








15분여 달렸더니 대구에서 칠곡으로 나가는 작은 다리가 나왔다



다리의 이름은 용산교

내가 서 있는 곳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이 다리 건너는 경상북도 칠곡군


다리를 건너면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거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가다보면 나오는 지천역

상행방면으로 대구역을 지나서 첫 역이다

2004년까진가는 사람을 태웠다는데 그냥 지금은 지나가는 역이다


경상북도긴 하지만 대구 성서, 서재나 칠곡에서 별로 멀지도 않고

나도 아침운동 삼아서 여기까지 걸어온 적도 있으므로 뭐 아직까지는 걍 별 느낌 없다

그렇지만 여기를 지나면 나도 처음가는 길들이다

자동차로는 몇번 가 봤지만


역 위의 무지개가 참 아름다웠다









역시 지천역을 지나고 바로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어디로 나가야 4번국도를 만나는거지


좀 빙빙 돌며 거리낭비 하다가 제대로 된 길을 찾았다


지천역을 지나고 만나는 국도는 4번 국도다





우리나라 국도체계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홀수 번호로 된 국도는 국토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는 세로 국도이고

짝수 번호로 된 국도는 국토를 동에서 서로 관통하는 가로 국도이다


4번 국도는 전북 군산에서 경북 포항까지, 남한 중남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국도이다

보면 알겠지만 나는 대구에서 대전까지 4번 국도만을 이용하면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갈 수 있다

대전시내에서 4번국도를 이탈하여 1번국도를 찾은 뒤 그대로 북으로 진격하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

여행의 전반부는 동에서 서로, 여행의 후반부는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ㄴ자 모양의 루트이다.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는 4번국도와 1번국도와 거의 나란히 진행되는 철로, 고속도로이다



도시밖 국도로 진입하니 이건 뭐 고속도로나 다름없다

중앙분리대 있고 차는 쌩쌩 80킬로 이상의 속도로 후려친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나도 속도를 내고 마구 질러야 될 때가 온거다

그래봤자 시속 10킬로지만


두렵다

무섭다

자동차들이 왠지 나를 밟아 뭉개고 지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쉬이이이이애애애애애애애애애왱~


뒷쪽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왼쪽 귀를 짝 후려친 뒤 앞으로 멀어진다

가다보면 익숙해지겠지


내가 할 수 있는건 안전하게 도로 바깥쪽으로 바짝 붙어서 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근데 문제는 도로 가장 바깥쪽은 바닥에 이물질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는거다

부서진 차유리, 헤드램프 파편부터 각종 철사와 볼트, 뾰족한 자갈 등등


자동차가 붕붕 달려대는 도로 복판에는 풍압 때문인지 이물질이 거의 없는데

아마 그곳의 이물질들이 모조리 도로 가장자리로 밀려난 것 같다

펑크를 조심해야 된다. 적어도 이런 외진 곳에서 펑크가 나면 심히 곤란해진다.


계속 밑을 보며 지그재그지그재그로 좀 크다싶은 건더기(!) 들은 피해다니고 있었다

육체피로도에 이어 멘탈피로도 게이지가 쭈우우우욱 올라온다



한시간쯤 달렸더니 드디어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대

바로바로 오르막이 나왔다

몇백미터는 되어 보인다

땀 좀 제대로 뺄 시간이 온거다








자전거를 타고 쉭쉭쉭쉭 오르막을 거침없이 돌파........

하려 했지만 얼마 못가 통증이 스멀스멀 장악하는 무릎 바로 위 안쪽 허벅지

점점 느려지는 자전거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터덜터덜 걷기 시작한다

앞으로도 이런 오르막은 수없이 나타날테지


무리하지말자. 1킬로면 자전거로는 5분, 걸어가면 15분이다.

자전거로 못올라갈 경사높은 오르막이 앞으로 많아봤자 몇개일거며, 제까짓게 길어봤자 1킬로야 되겠나

10분 빨리간다고 달라질거 없다 그 힘을 아껴서 평지에서 좀 더 밟자


그렇게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저 앞에 몇백미터 앞에 누군가가 있다

저 사람도 자전거타고 서울 가나보다. 

시골 한복판 4번국도변에 있는 사람이 동네 나들이 나온 사람일 리는 없을테고.

어.. 근데 자전거가 없다.


헐..










그렇다

그 용자는 인라인을 타고 그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다




대구에서 나온 뒤로는 그냥 계속 시골이었다

그 말인즉슨 저 사람은 최소 대구에서 인라인을 타고 출발한 사람이다

그 사이에 마을이 없지는 않았지만 거기서 나왔을거란 생각은 안들었다


놀랍다 경이롭다


인라인 용자는 내 몇백미터 앞에서 헐떡헐떡 오르막을 오르다 지쳤는지 길 가장자리에 털퍼덕 주저앉는다

나는 부지런히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다


앉아서 쉬던 인라인 용자는 뒤따라오는 날 발견하고는 다시 일어서더니 기진맥진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어색하다

아마 어색할거다

그냥 모른척 스윽 지나가기에는 너무 좁은 국도갓길

아는척 하기에는 우리가 언제 봤다고? 차라리 둘 중 한쪽이 어르신이면 몰라도

나 역시 살짝 난처하던 참이었다

아마 그도 그랬겠지

소심한 인간들은 원래 별의 별 것을 다 신경쓴다

바로 나같은 인간

그리고 그같은 인간


저 앞의 인라인 용자는 오르막의 끝을 타넘어 다리부터 종아리 허리 어깨 머리 서서히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는다



자전거를 끌고가기에는 오르막이 너무 길고 경사도 좀 줄어든 느낌이다

난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밟는다





나도 오르막의 정상에 도달했다

오르막은 정직하다

개고생 뒤엔 언제나 내리막이다

중력이 당겨주고 바람이 부채질해주는 꿀같은 내리막이 저멀리 펼쳐져있다

인라인 용자도 고생끝에 찾아온 오르막 적금 만기로 타먹은 내리막을 만끽하며 다운힐 중이다

나도 바람을 맞으며 쇄애애애액 내리막을 내려간다

인라인 용자를 스쳐지나 주우우우우우우우욱 내려갔더니 식당 몇개와 마을이 나타났다

내리막에서 편하게 내려왔지만 첫 오르막 구간을 오르며 체력을 소비했다

난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물을 꺼내 들이키며 생각해본다





여태까지 한시간 좀 넘게 걸렸고, 가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그 시간이 한시간 좀 넘으니까.

집에서 가게까지 14킬로. 지금 여기는 우리집에서 우리 가게 정도 거리겠네.

(방금 글쓰며 지도로 거리 재어보니 딱 14킬로)

아 졸라 많이 온거같은데 그것밖에 못왔나.




근데도 너무 힘드네. 모르는 길이라 그런가.

미치겠네. 하기싫어죽겠네.

아 그만두고싶다.

그만둘까.





하지만 그만 둘 수 없었다.

이미 떠난다고 여기저기 다 떠벌여놨는데, 그리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내가 포기할거라 단언했는데.

출발한 지 한시간만에 포기하다니. 말도 안된다.

근데 한시간밖에 안왔는데도 이렇게 힘든거 보면 앞으로는 장난 아니겠지.


출발한 지 한시간만에 나는 크게 후회를 하고 있었다

사방팔방 너무 떠벌여놓은 내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근데 또 생각을 달리해보니.



아니지.

가게에서 집까지 14킬로. 맨날 자전거로 퇴근은 쉽게쉽게 슉슉 했잖아.

대구에서 서울까지 전체 350킬로. 오늘 목표거리 55킬로.

서울까지 350킬로라고 해봤자 뭐 집에서 가게까지 12번 왕복밖에 안되네.

55킬로면 집에서 가게까지 두번 왕복하는 것 밖에 안되네. 한번 왔으니. 한번 반 남았네. 별거 아니네.


시바. 별거 아니네. 가자!


난 모르고 있었다.

퇴근은 언제나 시원한 밤이었고 매일 다녀서 편하고 안전한 길이라는 걸.

무엇보다도

처음의 10킬로보다 다음의 10킬로는 더 힘들고, 그 다음의 10킬로는 더더 힘들다는걸.



그냥 막 달린다

아직 대구에서 나서서 시골마을 몇킬로 달린 게 다다

왜관까지도 못갔다




사진도 별로 안찍었고 루트도 짧아서 딱히 쓸 얘기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죽죽 늘여 쓰는 이유는

최대한 디테일한 당시의 감정과 여행 중 주의사항, 막연히 준비할때는 간과하기 쉬운 사실들을 좀 자세히 써서

내 뒤로 여행을 떠날 그 누군가들이 혹 내 블로그를 참고하게 되면

최대한 많은 사전준비를 할 수 있고 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세히 쓴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와 로드뷰 사진을 첨부하겠다


단,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상행 여행이다.

대부분의 여행객 그대들은 서울에서 출발하는 하행이므로

내가 지옥일 때 그대는 천국, 내가 천국일 때 그대는 지옥이다




지루한 국도를 지나 이제 슬슬 뭔가 나타난다

왜관 공단삼거리


내 친동생의 직장이 있는 곳이다

난 고작 내 동생이 매일 출퇴근하는 회사도 못와서 기진맥진대고 있었던거다

뭐 내 동생은 차타고 다니지만. 그래도 아무튼 친가족의 생활권도 아직 못벗어나고 찡찡댔던거




이 공단은 내가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뒤 염산가스가 누출되어 30여명이 부상당하고 떠들썩했다

또 그저껜가 또 딴데서 뭐 유출되고

어젯밤엔 안양 페인트공장에서 또 뭐 유출되고

서양에선 연예인의 누드사진도 유출되고

한쿡에선 월드스타의 음담패설도 유출협박 당하고


유출 유출




공단삼거리를 지나면 칠곡군에 소재한 미군부대가 나타난다

캠프캐롤

바로 위에 염산유출유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요 캠프캐롤에서 고엽제,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 를 몰래 매립했다고

전역자들이 양심선언을 해서 땅파고 조사하고 뭐 그랬다고 한다. 조사결과 별거는 안나왔다지만.

완전 영화 괴물이랑 똑같은 내용이네

그럼 이건 낙동강에서 괴물이 나오나

근데 영화 괴물에서 괴물을 조지는 약품의 이름이 '에이전트 옐로' 다. 에이전트 오렌지에서 따온 이름.

그러므로 괴물 죽이는 약을 몰래 뿌려서 괴물이 나오나마나


정신이 혼미하다




캠프캐롤 앞을 지나는데

퉁!

인도턱을 밟았다

자전거 여행에서 인도턱은 지뢰나 다름없다

여행의 후반부로 갈수록 엉덩이 통증은 어마어마해진다

다른 자전거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스트라이다는 엉덩이를 아주 죽인다


나야 아직 여행의 초반이다

그러므로 인도턱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거치대의 아이패드


퉁!


아이패드는 또 공중으로 솟구쳤다

나는 무의식중에 양손을 놓고 공중에 떠 있는 아이패드를 미식축구선수 롱패스받듯 훅 낚아채 가슴에 끌어안았다

당연히 자전거는 자빠지고 나는 치이이이이이익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렀다


350킬로 여정

역사적 첫번째 자빠링의 순간이다



땅에 부딪혀서 갈린 골반옆이 쓰라리다

오마이갓


그 와중 아이패드를 본다

살아남았다

조자룡 품에 안긴 아두처럼 아무런 상채기 하나 없다

이제 내 몸을 살필 차례다

오 마이 갓

아무렇지도 않다

옷이 찢어져 너덜너덜 할 줄 알았는데 옷도 아무런 이상도 없고

흙도 하나 안묻었다

이건 꿈인가


기적이다 생각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이윽고 나타난 왜관역





대구역에서 기차타면 한 20분 걸리나

더군다나 대구역은 우리집보다도 한참 뒤다

이게 뭔 삽질이야


아직도 난 혼란스러웠다

이짓을 왜 하는가


뭔가 굉장히 낭만적이고 여유롭고 뭐 그럴 줄 알았는데

걍 덥고 짜증만 났다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지체할 시간은 없다

왜관역 앞 편의점에서 얼음물 원플러스 원인가 투플러스 원인가

아무튼 꽝꽝 언 얼음물 몇통을 사서 가방에 넣고 다시 길을 간다






왜관의 모습

걍 시골동네다


왜관 정류장에는 대구로 들어가는 교통카드 찍고 타는 버스들이 있다

아직까지도 대구와 간선버스가 직통으로 연결되는 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말해 아직도 대구생활권








왜관역을 지나면 낙동강이 나온다


이 곳이 바로 한국전 최고 격전지인 낙동강 전선이다

북한은 끝끝내 이 강을 건너오지 못했고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안락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낙동강에서 이 다리를 건널때마다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많은 분들께 감사하자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변에도 자전거 도로는 잘 깔려있다

(강물은 똥물이 되고 물난리가 나고 있다지만 자전거 도로에 한정해서 말이다)


이 길 따라 가면 대구가 나온다

평평하고 좋은 길이다

난 예전에 이 길을 통해 구미에서 대구까지 자전거 타고 몇차례 간 적이 있다

그러니 지금껏 덥니 힘드니 어쩌니 해도 난 이곳에, 아니 더 먼거리를 자전거로 몇차례 온 적이 있단거다

단지 오늘은 초행의 국도와 오르막을 따라왔기 때문에 멘붕을 좀 겪은 것 뿐


그리고 같은 거리라도 아는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는 것과

모르는길, 집에서 나서는 길을 가는 건 천지 차이다



모든 육체활동에서 멘탈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스파링 3분과 실전 3분의 체력 소모차이가 다르

긴장하면 체력은 두배로 빨리 소모된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는거다


먼거리 여행을 떠날 땐 긴장을 풀고 가자

그게 내가 풀자 그런다고 오냐! 풀자! 하며 풀어지는 건 아니지만






낙동강이다

크고 아름답다










낙동강을 건넜다

이제 4번국도 따라 쭉 그냥 직진하면 김천이다

차타고 몇번 지나다닌 적 있는 길인데

걍 졸라 재미없는 길 예상된다

계속 시골마을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서 조금 더 가서 약목역을 지나면

그 뒤 어딘가서부터 김천 시 경계까지 계속 오르막

그 뒤부터 대체로 내리막을 중심으로 한 오르막 내리막 반복이었을거다




하지만 왜관을 찍고 오늘 여정의 거의 절반은 온거다

걍 이젠 쭉쭉 가기만 하면 되는거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왜관시내 들어서서 좀 여유부린다고 천천히 몰았을 땐 몰랐는데

맘먹고 자전거 안장위에서 양발 힘 딱 줬더니

오른쪽 종아리가 땡 하며 뭉치고 급격한 근육통이 순간적으로 훅 밀려온다


놀라서 힘을 푸니 고통이 스륵 물러간다


쥐가 난거다

완전 쥐가 난건 아닌데 종아리에 살짝 기미를 남겨두고 있다

혹시나 해서 다시 힘을 주니 아프다

힘을 풀면 괜찮다


릴랙스

릴랙스

아직 갈길이 멀어 릴랙스


나는 자전거 위에서 종아리를 좀 주무르며 다리의 긴장을 풀어줬다

이제 괜찮겠지

다리에 힘을 살짝 줘 보았다

으악


안되겠다



릴랙스 릴랙스 캄 다운

괜찮아 이정도 예상못한거 아니잖아

살살 타 살살

아직 갈길 멀어 너무 긴장하지마




나는 자전거를 살살살살 몰기 시작했다

되도록 멀쩡한 왼발은 힘차게 밟고

오른발로 밟을 땐 살살

자 자 옳지 잘간다


2기통 엔진 우익의 엔진이 고장난 구형 전투기는 비틀비틀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엔진을 멈추는 순간 추락이다

멈출순 없다


살살살살살살




으악





안된다

종아리 근육은 약 20분 간격으로 한번씩 훅훅 졸라 땡땡하게 해삼처럼 오돌오돌 굳으며 고통을 준다





안되겠다

난 시골마을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담배를 한대 꺼내물고는 전화기를 꺼내든다

내가 전화한 곳은....






119 뭐 이런건 아니고.





가게가 신경쓰여서

쉬는 김에 거래처에 재료 발주하고, 밀린 대금 폰뱅킹으로 정산해주고

알바생 월급 줄 돈도 미리 다른 놈들이 자동이체로 빨아가기 전에 다른 통장으로 옮겨놓고

자전거 타고가다 느닷없이 거래처 정산해주고 통장정리 하는 사장님.


출발하기 전에 했어야 했는데

사정이 좀 있어서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느닷없이 일 좀 하면서 한시간 가까이 쉬었다








일을 끝내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약목





이 무거운 육신을 태우고 가느라 니가 고생이 많다








금오산이다


칠곡 김천 구미 경계에 있다









약목 지나자

드디어 내가 우려했던

여행가기 전부터 우려한 그 오르막이 나온다

몇킬로짜리다







아 모르겠다

나는 안되겠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올라간다

계속 끌고 올라간다

여기선 얼마나 오랜시간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걷기만 했다

어거지로 타면 탈 수 있는 경사인데 힘이 빠질대로 빠진데다 다리 컨디션도 정상은 아니라서 그냥 걸었다






김천시 경계에 도달했다

오늘 김천에서 1박 할 예정이었으므로 일단은 목적지에 거의 다 오.... 긴 개뿔

김천시 경계에서 김천 시내까지는 네이버 지도로 19킬로미터

거의 20킬로미터다



이제 2/3 온거다


김천시 경계부터는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이다

꾸준히 몇킬로를 오르막을 올라온 뒤라 한고비 넘어서면 몇킬로동안 오르막을 내려가며 줄줄 빨겠지...

라고 생각한거랑 다르게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다

올라간 만큼은 내려온다는 게 진리이니 뭐 오르막에 비해 내리막이 좀 더 길긴 길지만

찔끔찔끔이다.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다.



더 웃긴건.


사람이 오르막을 계속 오르다보면 약간 착시가 오는데.

약한 경사의 경우에는 이게 오르막인가 내리막인가 감이 안온다.

난 분명 내리막이라 생각하고 페달을 두세번 밟고 가만히 있는데 자전거가 몇미터 쭈르르르 가다 멈춘다


어? 이상하다. 왜이러지...?


몇번을 해도 그렇다.



그 때  도로가를 따라서 흐르는 내 옆의 물줄기 하나

산에서부터 쫄쫄 내려온 물이다


물은 나를 스쳐지나가 내 뒤쪽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다



몇번을 내리막인지 오르막인지 헷갈리는 고갯길을 넘고

나는 힘이 빠질대로 빠져서 기진맥진해서 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나이탓이야 운동부족이야 준비부족이야 무더위야


나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별거아닌 이 정도 거리에, 이렇게 몸과 마음 탈탈 털린 이유를 계속 찾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를 안몰아 본 것도 아니다

이 정도까진 아니라도 도시에서 도시간 이동이나, 시내주행 30~40킬로씩은 꽤 자주 했다

자전거 좀 탄다치고 그정도 안타는 사람은 어디있을까. 나야 미니벨로이긴 하지만.



그만큼 익숙치 않은 길이나 초행길의 긴장감과 낯설음은 사람을 잡는다.


여러분들도 평소에 운동삼아 동네 한두바퀴 걷는 거리를 인터넷 지도로 재어보시라.

그리고 그 거리만큼 길 따라 직선으로 이동했을때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검색해보면 꽤 놀랄거다.



대구 기준으로 치면 성서에서 동네 두어바퀴 빙빙 돈 거리를 지도에서 펴면 제법 시내 근처까지 간다.




김천구미역이다


이제 진짜 김천 다 와간다

헥헥헥헥


낙타등 구간은 끝나고 이제

지루할 정도의 평지가 계속된다




엉덩이도 아프고

만신창이다



생각보다 오래걸려서

김천에서 만나기로 한 현지서포터(!)와 미리 약속한 시간도 훌쩍 넘겼다

뭐 어쩌라고 내가 힘든데

죽겠는데









김천시내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십분 뒤 도착한다고 해놓고도 한참 더 걸렸다




김천 현장서포터라 쓰고 아는동생 or 부하 라고 읽는 박원장을 만나서 술을 퍼먹으러 갔다

애초에 전국 곳곳 1박하는 곳의 지인들을 불러 밤마다 술판을 벌일 생각이었다

그 낙이라도 있어야지

다행히 나는 숙취 같은게 없다. 술을 적게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구 한짝식 들이붓는 말술도 아니다.

전날 마신 술로 다음날 스케줄을 어그러뜨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서포터 접선장소였던 골목에 있던 오묘한 이름의 슈퍼

뭐야





서포터와 잠시 접선을 마친 뒤

서포터는 아직 퇴근까지 시간이 남아있었으므로 난 자전거를 서포터의 직장에 세워두고 겜방에 갔다

여행 코스 좀 점검해 보려고

아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겜방으로 가는 길

노점에서 복숭아 파는 아주머니가 날 불러세웠다

"학생! 이것 좀 도와줘!"

아줌마도 퇴근

복숭아 박스들 좀 차에 실어달라는 부탁

몸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학생' '학생' '학생'

아 신이 나서 번쩍번쩍 들어서 다 옮겨드리고 복숭아 두개 얻어서 양손에 들고 겜방에 갔다












술마시러 갔다

고깃집 갔다가 호프집 갔다가 숙소로 와서 더 퍼먹고

총 3차동안 그냥 들이부었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탔더니 상큼하게 술이 쭉쭉 들어간다


















그리고는 나는 술주정인지 진심인지 모를 단 네글자를 남겨두고는 잠이 들었다















1일차. 대구 - 김천 여행기 끗






,
엉망이다 왜이러지
너무 만만하게 보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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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빼먹었으므로 오늘이 12일차





졸라 안느네
처음 며칠간은 몰라도 이제 드라마틱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냥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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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거의 대참사 수준
노트 한권 다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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