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을 지나고부터 지독한 피로감과 컨디션 난조가 몰아닥쳤다

갈길은 멀고 땡볕아래 몇시간째 자전거를 달려대는데다가 우겨넣은 짜장면은 뱃속에서 트위스트를 추고


...............


노근리까지 가면 영동은 금방이다


빨리 가자







황간을 지나고 반짝 오르막이 좀 있었으나 그걸 지나고부터는 평탄한 내리막과 평지가 반복된다

추풍령 오르막 개고생의 연금을 이제야 좀 타먹는 기분이다


허나 속도를 마구 낼 순 없다

다친다... 아니 잘못하면 죽는다.

머리 터진다.

조심해야된다


작년에 자전거로 음주운전(!) 하다가 팔 부러뜨린 적이 있어서.

자전거로 집에 귀가하다 술약속이 생겨서 술을 먹고 집 앞 몇백미터 타고 올라가다 팔을 작살낸 적이 있다.

어떻게 자빠진지도 모른다. 다음날 되니 손이 발만큼 두꺼워져 있었고, 병원을 가니 팔꿈치가 골절되었다고 했다.


조심해야된다.













자전거 국토 종단 선배(?) 들의 블로그를 통해 사진으로 수없이 보던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노근리다.













6.25 때 미군이 노근리 피난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미군은 노근리 피난민 중에 간첩이 섞여있다 판단하여 그랬다고 읽었는데.

아무튼 오판으로 인해 억울한 민간인들이 수백명 사망했다.


사진에 보이는 저 두 터널. 쌍굴이라고 했는데 저 터널에다 기관총을 난사했다 한다.

콘크리트 벽면의 페인트 표시가 총알 탄착지다.


자세한 사건의 경위는 각자 검색하시길.


나의 여행기에 집중하자.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가게 컴퓨터는 무척 느리기 때문에 내가 친절히 링크를 첨부할 정신이 없다.



애교리가 좀 유쾌한 의미로의 포토스팟이라면, 노근리 이곳은 좀 안타까운 현장이다.

아무튼 이 곳은 모든 자전거 여행꾼들의 블로그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다 나오는 곳이고.

그들 모두는 영동을 벗어나자마자 노근리를 맞닥뜨렸다고 일관되게 기록하고 있었다.

하행인 그들과 달리 난 상행여정 중이므로 이제 노근리를 지나면 곧 영동 군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노근리 현장 앞 벤치 그늘에 앉아서 담배한대 태우고

사건현장 방명록도 작성하고 물도 좀 마시고

페이스북에 노근리까지 도착했단 글도 쓰고.

뭐 그러며 시간을 좀 보냈다.


컨디션이 그닥 좋지는 않다.










노근리까지 와서야 대구로부터 100킬로 밖으로 벗어났다

하루동안 고작 이것밖에 못왔나


그래도 대구를 100킬로나 벗어난 게 어딘가


하지만 우리집은 대구 최고 외곽이므로

난 아직 자전거로 100킬로를 이동하지 못했다 판단된다






또 헐

이런 과묵한 자전거 여행 블로거들 같으니

아직 영동은 10킬로가 넘게 남았다

10킬로면 내 스트라이다로 한시간이다


그들은 영동 벗어나고 사진찍기 귀찮고 빡쎄서 영동군내와 노근리를 그냥 대충 뭉뚱그린거다

노근리에서도 영동은 아직 한참이다

그래도 내 출퇴근 거리라 생각하면 맘이 편하다

그정도 쯤이야








이제 진짜 레알이다

이전 글에서 말했지만 영동은 포도로 유명한 도시다

'와인코리아' 라는 기업이 영동군내 바로 인접지에 위치해 있다

인터넷 지도로 확인했었다


와인코리아를 지났으니 이제 진짜 영동 인접이다






영동 군내로 들어가는 곳에 위치한 멋드러진 바위

별다른 의미가 있는건 아니다

그냥 바위가 크고 아름다워서 찍어봤다






영동 군내에 도착했다

영동역이다


기차타면 영동 지나면 금방 김천이던데

나는 다섯시간이 넘게 걸렸다


추풍령이란 괴물 때문이다









영동역 앞에서 바라본 전경

걍 시골이다


출발 전 거리뷰로 익히 확인했던 터였다








시골이라 올드스쿨 간지가 풀풀풀풀 넘쳐난다











편의점에서 핫식스를 샀다

원플러스 원이라 두개를 샀다


한샷 쭉 때리고 그늘에 앉아 담배한대 피니 HP 게이지가 서서히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아직 갈길이 멀다

오늘 갈 길의 반도 못갔다





편의점 옆 길거리에서 할머니 두 분이 왁자하게 대화를 나누신다

여지없는 백퍼 충청도 말투다


아 충청도구나.....


실감이 났다.









버스 노선표를 봤다

나중에 버스로 전국일주 하는것도 한번 도전하고 싶어서 돌아다니며 대중교통들을 굉장히 유심히 봤다




근데 뭔가....

이건 뭔가.....





고자..................


헐...


고자.....




내륙 오브 내륙

전국 팔도 중 유일하게 바다한점 없는 충청북도에서 어촌이란 동네이름도 웃긴데 ㅋㅋㅋㅋ






난 이런 어정쩡한 옛날 건물 보면 사진을 찍고싶더라

디젤펑크? 폐허덕후?


영동 군내를 벗어났다.

이제 쭉 가면 옥천이다. 가자!!









국토의 70프로가 산인 대한민국.

어디가도 양 어깨는 산이다.


근데 영동을 벗어나서부터는 산이 아주 멀리에 있다.

금강변을 따라 넓은 지대가 펼쳐져 있다.

뭐 평야 정도까진 아니고, 경상도나 추풍령까지처럼 산을 길 양 옆으로 끼고 가는 정도는 아니다.


크고 아름다운 절벽을 찍었다.

절벽이나 바위 보면 사진을 꼭 찍는다.

절벽덕후다.

이상형은 글래머다.















출발하기 전에 2일차 코스 지도에 표시를 한 곳 중 하나다.

이 곳은.

내가 대구를 떠나서 금강과 처음 조우하는 곳이다.


금강은 서해로 흐른다.

내가 사는 대구의 강은 모두 남해로 흐른다.

낙동강 또는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류들이니까.


하지만 금강은 서해로 흐른다.

내 옆을 유유히 흐르는 저 물들은 서해로 가는거다.


난 여기서 금강 본류와 처음 만났지만, 추풍령에서부터 4번국도 옆을 쫄쫄 흐르는 도랑은 모두 금강과 합쳐진다.

그래 추풍령에서부터는 국도 옆에 계속 쪼끄만 도랑과 하천이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다.

물이 흐르기 쉬운 자리라면 길도 만들기 쉬우니까.


금강의 발원지는 전라북도다. 뭐 한군데서 발원하는건 아니지만. 발원지는 보통 하구에서 가장 먼곳인가...?

아무튼 추풍령의 도랑도 금강으로 간다.









금강의 위용

여긴 상류다


우리가 경부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마주치는 휴게소 중 가장 유명한 휴게소인 금강휴게소

거기도 상류다

여긴 더 상류다

이곳을 지난 물은 굽이굽이 흘러흘러 (진짜 금강의 상류는 어마어마하게 굽이굽이 굽어있다) 옥천을 지나 대청호로 갔다가 대전을 지나 공주를 지나 금강하구둑을 군산만이 있는 서해로 빠져나간다. 그리고는 흘러흘러 인도양 태평양 중국 어디든 가겠지. 


일단 너희들이 어딜 가든간에 당분간은 나와 대전까진 함께가는거다. 자 가자.






금강을 건너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더위를 식힌다.

부쩍 덥다.

찬물을 머리에 붓고 수건에도 붓고 목에 두른다


기진맥진하다

힘이없다


담배도 두어대 피고 물도 좀 마시고

애들하고 카톡도 좀 주고받고

그러면서 시간을 좀 보낸다


난 왜 사서 여기서 이 고생을 하는건가

다시금 내가 왜 이런짓을 한것인가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것

계속 해야된다





오늘의 목적지인 대전은 38킬로 남았다

옥천은 20킬로 남았다






벌써 20킬로를 와서 옥천에 도달했다..........

는 말도 안되는 소리고.

보통 그 도시까지의 거리는 해당 도시의 시청 군청 등의 중앙기관이 존재하는 곳까지의 거리라 알고있다.

그러니 우리집은 대구광역시에 존재하지만 대구로부터 10킬로가 넘게 떨어져있다.


아무튼 옥천에 들어섰지만

옥천까지는 20킬로 가까이 남았다.


여긴 옥천이지만 내 옥천까진 두시간을 더 가야하는 이곳은 옥천

쉽게말하면 아직 옥천과는 정식으로 만나진 못했고 그냥 썸 타는 정도 ㅋㅋㅋ





금강 옆길도 완만완만한 평지와 아주아주 약한 내리막

그냥그냥 가기 편한 길이었다


가다가 독수리로 추정되는데 아무튼 갈색깃털의 아주 큰 새가 길에 납작하게 터져있는걸 봤던 기억이 난다

거기가 여기 맞던가 아마 맞을거다

아... 여행을 마친지 한달 반이 다 되어가고 내 기억은 조금씩 서로서로 자리를 바꾸어가고







이 의미없는 풍경을 찍은 이유는 단 하나

저 산 너머에 금강휴게소가 있다

금강휴게소를 끼고 멋드러지게 드리워진 금강과 그 바로 뒤의 산

그 산의 등짝이 바로 저거다











2일차 여행지도에 금강과 함께 표시해둔 또다른 스팟


이원면


대구 - 서울 코스 중

가장 오지로 평가했던 구간이 영동 - 옥천 구간이었다.


대구에서 김천까지는 나름 잘 아는 길이고, 김천에서 영동까지는 추풍령과 황간이란 나름 큰 마을이 도보로 두시간 안에 진격 또는 후퇴 가능한 간격으로 존재.

옥천부터는 대전 세종 천안이 다닥다닥 나타나고, 천안을 넘어서면 수도권이라 그냥 계속 도시구간이다.


허나 영동에서 옥천 사이의 수십킬로미터는 그냥 허허벌판 아무것도 없이 산과 들만 있었다.

다친다거나 자전거가 박살난다거나 하면 말그대로 절단나는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인 것이다.


그러나 그 영동과 옥천 사이에 유일하게 하나 위치한 마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옥천 이원면이었다.


나는 유사시에 대비해 지도에 이원면 마을입구를 표시해 두었고

거리뷰를 통해 들어가는 길과 대충의 동네 생김을 기억해 두었다.



다행히 몸 다친곳도 없고 자전거도 짱짱하다.

이곳을 그냥 훅 통과해서 바로 옥천으로 쏠까 하다가, 여행 전 이원면을 표시해두고 거리뷰로 둘러본 김에 직접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뭔가 부농의 스멜이 느껴진다............. ㄷㄷㄷㄷㄷ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깨는 나이기에 한컷 찰칵









시골마을 치고는 나름 번화했다

추풍령이나 황간보다 더 번화한 듯 했다


커피집도 하나 있었다

다방이 아니라 정통 커피집이었다

도대체 수요가 존재할까? 하는 직업적 궁금증이 일었다.


안을 힐끔 보니 아가씨 한명이 카운터에 있던데 들어가서 시원한 아이스아메 한잔 하려다가 갈길도 멀어 지나쳤다. 아직도 좀 후회됨. 그곳의 커피맛 정말 궁금했는데....





묘목의 고장..?



인터넷 검색찬스 써 보니

이원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묘목단지? 그렇댄다.

어쩐지 부자농촌 스멜이 나더라.


외제차 보고 느낀점도 있지만 으리으리하게 생긴 교회가 세개인가 있었거든.




이원면 들어오는 바람에 몇킬로를 더 둘러가게 생겼다.

그것도 산길로.


구불구불 산길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어차피 길은 달라도 옥천 직전에 엄청난 오르막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가나 둘러가나 오르막을 피하지는 못함.


이원면을 지나고 오르막도 지나면 옥천 군내까지는 또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나는 이 완만한 길에서 극심한 두통과 구역질, 그리고 엉덩이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엉덩이 통증이야 장거리 라이딩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거고 또 타면 탈수록 익숙해지는거지만.

나는 자전거여행 시작하기 전에는 몇달간 자전거를 방치해두고 크루져보드와 롱보드에 미쳐있었기에 궁뎅이 통증에 면역항체가 형성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작년에 생긴 면역항체는 다 사라졌고... (설마 진짜 항체가 존재한다 생각하면....)


100킬로 가까운 초장거리 라이딩에 엉덩이는 부서질 것 같고

무더위 아래에서 계속 자전거를 탔더니 두통이 올라오고 자꾸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저히 더 갈 수가 없다. 토할 것 같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옥천까지 몇킬로 안남았는데. 대전도 금방이고.....


나는 앉아서 쉬면서 여행 서포터 K에게 전화해서 더이상 못가겠다고 포기하고싶다고 징징댔다

하지만 가기싫다고 안갈수 있는가 길바닥에서 잘것도 아니고

아픈 머리 거북한 속을 부여잡고 자전거를 달렸다


옥천이 나타났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옥천에 도달했다


대전까지는 약 18킬로 남았다

대전 시청까지 18킬로니까 대전까진 대충 10킬로면 되겠지.


하지만 난 그 한시간의 여행을 갈 힘도 체력도 뭣도 없었다.

여기서 더 진격할 수 없다.


옥천에서의 숙박을 결정했다.







옥천역과 내 적토라이다









옥천역 앞의 관광안내도








옥천에서 하루 머물기로 한 내가 왜 대전에 와 있는가.....





옥천에서 숙박을 결정하였으나 옥천은 너무 작은 도시였다.

도저히 정보도 뭣도 없고, 검색하기에는 갖고있는 모바일 기기들의 배터리도 간당간당하다.

그래서 피씨방에 들어갔다.


스트라이다의 가장 좋은 점은 극강의 휴대성이다.

살포시 접으면 어디든 들고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군데 들어가지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옥천의 피씨방


피씨방 앞에서 자전거를 고이 접어서 끌고 문을 열려는데, 문밖까지 뛰어나온 피씨방 사장놈


"이걸 어딜 갖고들어와유 안되유 딴데가유"

"이거 별로 크지도 않고 나 자물쇠도 없는데 잠깐만 들어가면 안될까요?"

"안되유 안되유 딴데가유"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개를 끌고들어갔나 차를 몰고들어갔나 장사도 쥐뿔도 안되는 겜방에 캐리어가방만한 자전거 접어서 구석에 좀 놓겠다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


순간 빡쳐서 전투력이 급상승하였으나 지 가게 지가 싫다는데 내가 강제로 밀고들어갈수도 없고 어쩌랴

빡친 덕분에 독이 올라 기운이 바짝 솟았다


에잇 퉤퉤


옥천에 있고싶은 맘이 싹 사라졌다

한 인간이 옥천에 대한 내 인상을 최악으로 만들어버렸다

뭐 하루종일 자전거여행 때문에 짜증도 좀 나 있던터라 더

대전 가자


옥천역에서 폰 충전 좀 하고, 대전에 있는 군대 후임에게 오늘 대전갈테니 한잔 크게 달리자 연락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대전을 향했다.





옥천에서 대전까지의 길은 좀 위험했다

차들이 엄청 쌩쌩 달렸다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었던 그간의 여정과 달리, 광역시로 들어가는 국도의 교통량은 꽤 많았다.

씽씽 달리는 차들 옆에서 조마조마 아슬아슬 나는 대전에 도달했다.




옥천과 대전의 경계는 오르막이었다.

그리고 오르막이 끝나자 무지막지한 내리막이었다.


대구에서 내 가게를 대신 봐주던 서포터 K도 그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대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전에서 내려서 한잔 같이 달리자고 연락했다.








대전에 진입했지만 한참동안 그냥 내리막과 한적한 길만 나타났다

길은 진짜 엄청 좋았다

왕복 12차선은 되겠던데 길도 새거고 차도 없고

씽씽 내려왔다








판암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란 영화가 있다

거기서 디카프리오가 사기쳐서 파일럿 행세 한 항공사 이름이 팬암이다







쌍청예식장


모탈컴뱃이란 비디오게임이 있다

거기서 끝판대장 이름이 샹청이다






약속장소인 대전역이 머지않았다






여기서 나는 우회전을 하며 그동안 동고동락한 4번국도와 이별한다.

우회전 뒤 직진하면 대전역이 나온다.






바로 이렇게.









나보다 더 고생한 내 스트라이다.
















대전역 옆의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다

아침에 짜장면 먹은 뒤 첫 식사다

몸에 저장해둔 에너지가 많으니 끄떡없다 에라이


폰도 좀 충전하고, 올 일행들도 기다리고.







군대 후임이랑 서포터 K 만나서 일단 내 숙소부터 잡고.

숙소에 자전거 세워두고 씻고 옷갈아입고 술마시러 나왔다.


비로소 찾아오는 온몸의 격통.


발이 미친듯이 아프다.

별로 걷지않아 몰랐다. 딴데보다 발이 너무나 아프다. 부서질 것 같다.


환자처럼 비틀비틀대며 대전시내에서 술을 퍼먹었다.

폰을 두고 나온 관계로 사진은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1차는 그냥 일본식 술집? 안주로 연어 먹었다. 그저 그랬다.

2차는 횟집 갔다. 새우회 팔길래 새우회 시켰다. 새우회 엄청 맛있다.


그 횟집에서 옥천 피씨방에 이은 두번째 문화충격.






"사장님 새우회 새우 다 잡아서 까 주시죠?"


횟집에서 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당연히 알아서 해주겠지. 근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


"그 많은걸 어찌 다 깐대유. 흔들어드릴테니 까서 드세유."

(너무 대놓고 충청도 말투로 적었는데, 비아냥이나 비하가 아니라 외부 사람들은 다 그냥 이렇게 들림을 이해해 주시길)




흔들어주다니?


락앤락 통에 새우를 가득 넣고 막 흔들면서 들고오고 있다.

새우를 기절시키는거다.

그리고 내 앞엔 락앤락 통과 가위 하나.


열심히 새우 목을 따서 껍질 벗겨 먹었다.

사실 맛있게 잘 먹어서 별 불만은 없었다.


눈앞에서 살육이 벌어지는 것에 치를 떨던 서포터 K만 제외하면.


새우회는 살 맛이 달다.

진짜 약간 달달함.


절반은 회로 먹고 절반은 소금구이로 먹었다.




경찰관을 하는 군대후임은 술이 들어가자 또 여자친구 사귀고싶다 외롭다 타령을 시작했다.

경찰관이라 주변에 여자가 별로 없다. 신분상 어디가서 경거망동도 못하고.

집에 갈때 됐다. 계속 여자얘기만 하는거 보니 술됐다.





(2일차 지옥의 100킬로 여정 끝)




나중에 또 수정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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