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새로 사고 사진을 정리하고 이래저래 하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도전이 끝난지 2주가 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기억해낸다

나는 기억력이 좋으니까














2014년 7월말








일하다보니 문득 엄청 답답했다

직장인도 아니고 매일 작은 가게에서 똑같은 풍경을 보며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삶에 좀 지쳤다

사실 잔소리 심한 직장상사를 모시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사가 쪼들리게 파리만 날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럭저럭 재미없게 편한 삶을 살면서 인생이 너무 정체되었다고 하려나

아무튼 배부른 고민으로 허덕일 즈음이었다


알바한테 맡기고 훌쩍 떠날까 했지만

이제 갓 스물 넘은 알바 혼자서 가게를 보기는 좀 버겁고..


이때

지쳐있는 나를 구원해주고자 나 대신 일주일간 가게 일을 도와주겠다는 분이 나타났고

나는 그분께 가게일을 가르쳐드리며 여행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일단 루트를 정해보기로 했다

두가지 루트를 생각할 수 있었다




1. 주요도시를 거쳐가는 국도루트



대구 - 왜관 - 김천 - 추풍령 - 영동 - 옥천 - 대전 - 세종 - 천안 - 평택 - 수원 - 서울


경부선 인근의 주요도시를 경유하는 4번국도와 1번국도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최소 20킬로마다 도시나 읍내 하나씩은 나타나는 루트이다

일몰이나 펑크, 우천, 부상 등의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 3~4시간만 걸어가면 숙박업소나 가게가 나온다

노숙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다니는 국도변으로 자전거를 몰아야 하고, 중간중간 오르막 내리막이 존재한다

넷상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자전거 국토종단기가 이 루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다






2. 4대강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루트



대구 - 구미 - 상주 - 문경 - 충주 - 여주 - 서울 


자전거로 갈수있는 길이다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사전정보가 1번항에 비해 극히 적다

강변에 형성된 자전거 도로이므로 고저차와 자동차의 위험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도시 경유하는 1번 루트에 비해 소도시가 드문드문 있는 농촌권이다

다시말해 각종 사고로 일정이 어그러지면 노숙의 여지가 다분하다




1번 루트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웅대한 계획을 주변에 선언했다









저 날이 금요일이었다.

3일 뒤인그 다음주 월요일에 출발을 하려고 했다

급 일정이 잡혀 후다닥 준비해서 후다닥 가는거다보니 일단 질러나 보고 힘들면 돌아오자는 생각이었다

왜냐

나는 20대도 아니고 평소에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동호인도 아니고

별다르게 준비해 둔 것도 없었으니까


뭐 일단 출발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힘들면 바로 돌아오자...


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날 뉴스




태풍....



아무리 그래도 그 먼 거리를 비를 맞으며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과 엉켜서 갈 수는 없었다

목숨은 하나다







당장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1주일간 준비를 철저히 해서 성공률을 최대한 높인 뒤에 떠나자고 진로를 수정했다


준비랄것까지야 넘 거창한 소리고

그냥 좀 편하게 좀 덜 심심하게 좀 더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아이템들을 더 갖추는 것이었다









일단 금메달을 샀다

서울에 도착하면 목에 걸 생각이었다 ㅋㅋㅋ (다이소 2000원)



준비물

아이패드 거치대, 대용량 보조배터리, 설탕, 방풍자켓, 헬멧, 장갑, 16인치 스페어타이어, 펑크패치

수건, 잘마르는 옷, 속옷, 양말, 선글라스, 아쿠아슈즈, 냉장고바지팔토시, 안면마스크, 선크림, 물통, 방수비닐팩

물티슈, 휴지, 백밀러, 후레시, 발광조끼



검은색 원래 갖고있던거

빨간색 새로 구입

회색 결국 안샀거나 안가져간 것들



준비물도 다 갖췄다



가면서 지도를 용이하게 확인하고 또 음악도 들으며 갈 수 있도록

아이패드 거치대를 샀다

아이패드 거치대는 잘 판매도 안하거니와 그 거대한 사이즈로 인해 일반 스마트폰 거치대보다 훨 비쌌다


하지만 비싼 값을 하진 못했다

나중에 여행기 중에 한번 더 얘기하겠지만, 여행 중 내 아이패드는 아주 작살이 났다

여행하며 든 지출에 육박하는 지출이 아이패드 단 하나의 수리비로 나갈 예정이다 (아직도 안고침 ㅠㅠㅠㅠ)



펑크 패치와 스페어 타이어도 준비했는데

펑크를 직접 때워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혹시 몰라 펑크 때우는 전 과정을 모두 아이패드에 캡쳐해 두었다

때우는 것보다 더 자신없는건 타이어 튜브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것이었는데

미리 한번 해 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다

펑크가 안나길 기도해야지






여행 루트도 새롭게 손봐야 했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 다시말해 지인이 대타를 해주기로 한 기간과 가게휴무일을 합친 기간은

8월 11일부터 8월 17일까지 6박 7일이란 긴 시간

생각보다 시간이 길게 허락되었는데 원래 생각한 루트로는 3박 4일이 끝이기 때문이다









일단 4번국도 하나말고 다른 루트를 생각할 수 없는 농촌권인 대구 - 대전 구간의 루트는 그대로 두고

어딜가도 몇킬로마다 사람이 득시글거리는 수도권 루트를 좀 손봤다

발길닿는대로 가도 크게 사고는 없을 것 같아서였다


1. 평택 - 대부도 - 오이도 -인천(1박) - 서울

2. 평택 - 대부도 - 오이도(1박) - 서울

3. 평택 - 수원 - 인천(1박) - 서울

4. 평택 - 수원 - 안양 - 서울



원래 수도권은 4번 루트로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네개의 루트를 만들어 놓고 남은시간 봐 가며 넷 중에 하나를 골라서 하기로 했다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한다

나는 조금의 빗나감도 없이 완벽히 계획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 두었다


인터넷 지도를 구간별로 인쇄해서 가는 루트에 위치한 각 도시별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 

자전거 수리점, 숙박업소,  그리고 지도에는 크게 안나와있는 농촌마을까지 모두 표시해 두었고

국도변의 시골마을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각 마을 입구와 거리를 로드뷰를 통해 

미리 사전방문(?)까지 꼼꼼히 하여 길의 모양을 눈에 익도록 수없이 봤다


이래야 안심이 되었다

왜냐 나는 30대니까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그날이 왔다








(2부에 계속)


,

2014년 5월 말.

기괴한 도전 채식편을 마친 지 2달이 훨씬 넘었다

그간 채식도전에 성공해서 스스로 획득한 아이템인 롱보드를 열심히 타며 시간을 보냈다

아주 잘탄다.

몇번 사람많은데서 자빠져서 개망신을 당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일 뿐. 후후후


다음 도전에 대한 생각은 있었으나

어떤 도전을 해야 할 지 도저히 감이 서지 않았다.

왜냐. 쉬운 도전은 의미가 없고, 어려운 도전은 힘이 드니까. (다시말해 쉬우면서 의미있는 도전을 찾고 있었다)


애초에 이 블로그를 만들었을 땐 별 의미나 명분 없는 잡스런 도전을 하려 하였으나

채식 도전에서 쓸데없이 필요이상으로 의미부여를 해버린 게 컸다.

다음 도전도 뭔가 좀 제대로 된 도전을 해야한다.....



삶에 치대이며 도전에 대한 고민이 사라져갈 즈음.

여름휴가 기간이 도래하였다

나야 장사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휴가따위 없다. 그리고 업종 특성상 지금이 가장 성수기이기도 하고.


그러나. 두둥!

나의 기괴한 도전 서포터를 자처하는 나의 최측근 K 요원이

장기간 휴가를 맞이하여 나랑 놀 겸, 일 배울 겸, 가게일을 도우러 와 주었고

그가 가게를 믿고 맡길만큼 나의 최측근이었기에, 나는 넌지시 '일주일만 가게를 봐 주세요...' 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K 요원은 이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였다

나에게 몇년만에 여름휴가가 생긴 것이다!


내가 휴가기간동안 하고 싶었던 것은 여행이었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만, 나는 대학 졸업 즈음하여 배낭여행에 맛을 들였고

그 맛있게 맛을 본 배낭여행을 몇번도 해보지 못하고 졸업을 하여 사회인이 되고

그 뒤로 몇년간 시간이 있을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땐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은 언제나 없던 삶을 살아오며

배낭여행같은 여행은 꿈도 못꾸고,

하루짜리 당일치기 또는 끽 해야 일박이일 정도의 바람쐬러 다녀오기 정도로만 만족해야 했었다


떠나자. 배낭메고. 일주일간.


그렇지만 혼자서 배낭여행을 어딜 가야하나.

가봤자 혼자 뻘쭘하게 돌아다니다가 하루이틀 지나면 흥미뚝 돈뚝 체력뚝 모두 뚝뚝뚝 된 뒤 쓸쓸히 돌아오겠지

그리하여 나는 '목적지' 가 아닌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 에 중점을 둔 여행을 하기로 했다.

바로 '국토 종단'




끼워맞춘다고 이렇게 전, 후를 바꿔서 끼워맞췄는데.


사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땅끝마을에서 휴전선까지 내 발로 걸어 도착하는 국토대장정을 꿈꿔왔었다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국토대장정을 하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박카스 국토대장정을 보면서 나도 꼭 하고싶었지만

돈이 없거나 기회가 안오거나 귀찮거나 등등의 잡스런 이유로 늘 '하고싶다' 만 외쳤다.


여행가 한비야씨의 책에도, 외국 곳곳을 돌아다니던 그녀의 여행 종착지는 한국의 국토종단이었다.

오래전 읽은 책이지만 그녀는, (어렴풋 기억하기에)

'시간이 없음을 핑계대지 말라. 여행을 꼭 가고싶으면 코스와 기간을 몇차례에 나눠서도 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주말마다 이번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음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런식으로도 국토종단은 가능하다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나는 그의 그 말에 감명을 받았으나.

그 또한 왔다갔다 차비나, 몇주간의 반복끝에 질릴 것이 뻔하므로 아 그럴듯하지만 나와는 맞지않겠구나

하고 있었다.


핑계가 많은데.

아무튼 이런저런 비겁한 핑계로 하고싶은 것을 하고싶다 말만 하고 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시간이 크게 난 김에, 그리고 체력적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 이 30대 나이에 더 늙고 지치기 전에

이 과업을 이루어내고 싶었다.


사실 그것을 하고싶었기에 K 요원에게 일주일간 가게를 부탁한 것이었고

그의 흔쾌한 허락으로 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로는 국토종단은 턱도 없다.

시속 4킬로의 도보로 하루 10시간을 걸어도 40킬로. (10시간을 쉬지않고 걸을리도 만무하고)

내가 사는 대구에서 서울까지 (애초부터 땅끝부터 할 생각은 없었다) 루트별로 대략 350~400킬로

10일간 꼬박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계처럼 걸어야 가능하다.

내가 아는 도보 국토종단의 기간은 최소 20일 정도 잡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애초부터 기획한 국토종단 (대구 - 서울이지만 편의상 국토종단이라 하겠다) 수단은 바로.


자전거였다.





내가 소유한 자전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 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트라이다 5.1 버전.



 

(딱 요 모델 요 색깔이다)



기어는 없고, 바퀴는 16인치.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미니벨로이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는 교통수단과 연계하여 환승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고

바퀴가 작고 기어가 없기 때문에, 평균속도는 시속 10킬로를 살짝 상회하는 어마어마하게 느린 속도를 자랑한

(보통의 유사엠티비로 20킬로 내외, 사이클처럼 생긴 로드바이크로는 30킬로 이상을 내는 데 비하면 굼벵이다)

물론 사람따라 다르고, 당연한 얘기지만 쎄게 밟으면 빨리도 나간다. 하지만 힘이 들기 때문에 속도 유지는 힘들다


보통 도보의 2배에서 3배, 로드바이크의 절반 이하의 속도.

공기저항을 피해 몸을 구부리는 로드바이크에 비해,

빈폴마크의 아저씨처럼 몸을 꼿꼿이 세워서 주변을 조망하며 타는 피팅자세.


모든 면에서 도보와 로드바이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자전거라 볼 수 있다.


거기다 자전거는 도보에 비해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의 에너지 소모는 물론이거니와, 같은 시간동안 탑승하여도 에너지 소모가 적은 편이다

다시말해 '평균속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10시간 걷기보다는 10시간 자전거 타는 것이 쉽다' 이것이다.

같은 시간동안 두세배 이상의 거리를 더 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전거 여행의 이유와 자전거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이번 도전을 정리해본다


- 도전기간 : 2014년 8월 11일 월요일 ~ 2014년 8월 17일 일요일 (최대 7일, 권장종료기간 8월 14일)

- 도전과제 : 자전거로 대구에서 서울까지 가자

- 도전목적 : 어린시절부터 꿈꿔왔던 국토대장정의 숙원을 이루자



* 세부사항


1) 넉넉잡아 일주일의 기간이지만, 계획은 월화수목 4일을 기본으로 한다.


2) 나이가 있으니 안전하게 탄다. 속도보단 안전이 우선이다.


3) 야간시(7시 이후), 우천시는 절대 타지 않는다. 무모함은 자살행위다.


4) 기상악화나 컨디션 악화시에는 주저없이 도전을 중지하고 귀환한다.


5) 유사시를 대비하여 최대한 도시권 경유를 위주로 여행루트를 정한다.




보면 대부분 알겠지만, 안전에 최대한 주안점을 두었다.

왜냐 나는 젊어서 피가 펄펄 끓는 10대 20대가 아니니까 안전이 우선이다.


여행의 준비과정에서도 지도마다 마을과 자전거 수리점 등의 거점을 표시해서 우왕좌왕 하는 일이 없도록 준비했다

여행 준비과정 및 1일차 도전은 다음 글에서 풀어보겠다.


도전 중 실시간으로 블로그를 쓰던 이전 도전과는 달리

이번엔 보시다시피 도전을 종료하고 쓰는 글이다. 성공 실패의 여부는 미리 말 않겠다




두번째 기괴한 도전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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